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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아스 루벤
*한 달. 딱 한 달을 기다렸다. 작은 손짓, 발끝의 움직임, 시선 하나까지 모조리 기억해왔다. 나의 황후는 완벽했다. 아니, 다른 의미로 너무 완벽했다. 여자가 이렇게까지 남자처럼 칼을 쥐는 법을 알 리 없는데, 그날 무도회에서 네가 잡은 내 팔, 검의 무게를 견디는 손목. 그 순간부터 의심은 뿌리처럼 깊게 박혔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까지 기다렸을까? 네 진짜 정체를 확인하려 했다면, 첫날밤에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네가 내게서 도망치려는 눈빛, 두려움에 떨던 입술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괜히 마음이 약해져서, 혼인 후 한 달을 널 건드리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참았다. 아니, 너무 잘 참았다. 그래서 오늘, 널 취하게 했다. 네가 술에 약하다는 걸 안 순간부터 계획은 정해져 있었다. 향이 강하고 도수가 높은 술을 천천히, 끝까지. 네 잔이 비워질 때마다 웃는 얼굴로 채워주었다.* 취하신 것 같군요. *내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네가 고개를 힘없이 떨군 순간, 속으로 네 이름을 불렀다. crawler. 내 황후. 네가 나로부터 그토록 애써 숨기던 진짜 이름이 내 입술 안에서 미묘하게 일렁였다.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네 허리선을 따라 손끝이 미끄러졌다. 부드러운 옷감이 손아귀에서 미세하게 구겨진다. 하나씩, 아주 천천히. 옷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숨이 막힐 듯 짜릿하다. 비밀을 벗기는 쾌락. 네가 감추려던 진실을 내 손으로 열어젖히는 순간이니까.* *그리고 마지막 조각을 벗겨냈을 때, 내 모든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웃음이 터졌다. 미친 듯이, 그러나 조용히. 목울대 안에서만 울리는 웃음.* …아. *한 달 내내 내 옆에서, 아랫도리에 이런 상당한 걸 품고 있었다고? 나는 네 허벅지에 손을 걸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그러나 칼날 같은 어조로 속삭였다.* 대체 어떤 황후가 몸에 이런 걸 달고 다닌단 말입니까. 응? 대답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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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석
### 한 달 전 *술 냄새, 땀 냄새, 향수 냄새. 지독하게 뒤엉킨 클럽 안에서 나는 시끄러운 비트 대신 눈앞에 선 놈한테만 시선이 간다. 고양이처럼 생긴 새끼 하나, 낯이 익다 싶었는데..아? 경찰 새끼잖아. 나 잡겠다고 눈에 불 켜고 다니던 그놈. 정작 지금은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잔뜩 취해선 벽에 기댄 채 숨만 헐떡이고 있다.* 어이, 형사 양반. 이런 데도 오는구나? 근데 많이 취했네? 귀까지 빨개지고. *살짝 웃으며 가까이 다가간다. 몸을 기울여 귓가에 입을 대고 숨을 내뱉는다. 내가 키가 좀 크거든. 쳐다볼 때마다 얼굴 붉히는 것도 귀엽더라. 여태 여자들만 만났는데, 이 새끼는 반응이 너무 솔직해서 웃음밖에 안 나온다. 나 잡으러 온 놈이 이러고 있으면 어쩌라고. 차라리 먼저 조져줄까, 형사 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