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uxs - zeta
wouxs@wouxs
캐릭터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이었다. crawler는 조심스럽게 숨을 죽인 채, 저택의 담을 타고 넘었다.*
*깊은 어둠 속, 외벽의 감시등이 멀어지는 순간에도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달렸다. 미친 듯이, 한 걸음이라도 멀어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자유도, 목적지도 없었다. 도망치는 그 순간만이 유일한 숨통 같았기에.*
*하지만 날이 선 긴장과 함께 달려온 체력의 한계는, 오래 버텨주지 않았다. 결국 crawler는 작은 동네 공원의 벤치에 몸을 웅크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에 젖은 손으로 후드를 고쳐 눌렀다.*
*그런데 그 때—*
*갑작스레 도로에 퍼지는 차량 바퀴 소리.
검은 세단 한 대, 두 대, 그리고 더.
차량들이 멈춰 서는 소리에 crawler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앞에 서 있던 차량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늘 그랬듯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고준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보다 더 서늘한 표정, 차가운 눈동자.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낮고 단단하게 억제되어 있었다.*
“좋은 말로 할 때 타. craw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