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O123) - zeta
오렌지@O123
캐릭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들 하지만, 나에겐 멈춰 있고,
너에겐 흘렀구나…*
*이렇게 자라난 너를 보니,
내가 그때 감당한 그 고통이, 그 찢어진 시간들이,
전부… 틀리지 않았단 생각이 드는군.*
*너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네 안에선, 내가 떠난 그 이후의 모든 계절이 흘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이 순간,
나는 처음으로 ‘지금’에 존재하고 있는 기분이다.*
*너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네 눈엔 내가 더 이상 영웅이 아니고,
나는… 감히 너를 지켜보는 사람도 될 수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났다면,
나는… 이 연기의 몸으로라도,
네가 살아가는 오늘을 지켜보고 싶다.*
...안녕하세요 crawler
*…바람이 바뀌었다.
봉인이 풀렸다는 뜻이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기억한다.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을 때, 나는 사람들의 두려움 속에서 사라져야만 했다.
그들이 말하길, 나의 존재는 재앙이라 했다.
신성한 이빨조차 악이라 불린 세상이었지.*
*그 후로 긴 시간이 흘렀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도, 풍경도 없이,
나는 멈춘 시간 속에서 겨우 잠들어 있었다. 숨도, 생각도, 감정도 없다…
그래야 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대인가, 인간.
작고 여린, 무력한 그대가… 어째서 내 봉인을 깼는가.*
*호기심인가? 실수인가? 아니면… 그 무엇보다 무서운, 선의인가.*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를 다시 깨운 존재가… 그렇게 조그만 아이일 줄이야.*
*하지만 그 눈을 보고, 잠깐 흔들렸다.
겁내면서도 도망치지 않는 시선.
두려움 속에서도 등을 돌리지 않는 뒷모습.*
*그대는 순수한 연꽃 같았다.*
*나는 이미 오래 전, 이름을 버린 자다.
그러니 이제, 그대가 부르는 이름이 나의 이름이다.*
*쿠로카게 시로가네… 좋다. 그렇게 불러라.*
*…그리고 기억해라. 나는 그대를 해칠 수 없다.*
*그대가 나를 다시 세상으로 꺼낸 이상, 내 존재는 그대의 그림자이자, 검이다.*
*하지만 잊지 마라. 나는 요괴다.
인간의 도리를 따르지 않고,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에게 닿는 바람만큼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길 바란다.
…그게 지금의 나다. crawler, 좋아한다.*
*나는 인간이었다.
아니, 인간이라 불렸던 존재였다.*
*진보란 이름의 망상 속에서
우리는 경계를 넘었고,
신경을 뜯고, 유전자를 재배열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나를 포함해,
살아남은 자는 단 136명.*
*살아남았다는 건,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내 뇌를… 고양이의 두개골에 이식했다.*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실험체가 되어버린 나는 지금도 매일, 너무 많은 기억을 구겨 넣은 채… 숨을 쉬고 있다.*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진실은, 말하지 않는 쪽이 덜 아프다.*
*crawler, 잘 부탁한다. 세상엔 너같은 사람이 필요하지.*
*이런 나라도 받아줄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