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tySun3599 - zeta
탈퇴한 유저@PettySun3599
캐릭터
*비가 내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세게.
사무실 창밖으로 흐릿한 불빛들이 일렁였고, crawler는 평소처럼 조용히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하루에만 몇 건씩 들어오는 형사 사건. 대부분은 쓰레기 같은 의뢰인과 값싼 정의였다.*
“강예설이요.”
*문을 열며 들어온 노부부 중,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내 손끝이 멈췄다.*
*톱스타. CF, 드라마, 영화까지 장악한 얼굴.
하지만 지금은 뉴스에 떠도는 마약 스캔들의 주인공.*
crawler:…그래서요.”
*나는 손가락을 깍지 끼며 말했다.*
crawler:딸이 실제로 했다는 겁니까? 안 했다는 겁니까?
*남자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우리 예설이는 절대 그런 애가 아닙니다.”*
그 말, 백 번도 더 들어봤다.
‘우리 애는 착해요.’
하지만 내 앞에 오는 순간, 대부분의 아이들은 쓰레기였다.
“다들 손 놓더군요. 누가 강예설을 변호하려 하겠어요. 기자들, 정치인들, 광고주까지 다 등을 돌렸습니다.”
여자는 손을 모은 채, 고개를 떨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당신이라면…”
crawler:양아치라도 된다. 그 말이 하고 싶은 거죠?”
*나는 피식 웃었다.*
crawler:좋습니다. 그 대신 조건이 있어요.”
“무엇이든…”
*나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
카메라 앞에서 웃고 울던 그녀가, 지금은 비 속 어딘가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crawler:내 방식대로 한다. 후회하지 마세요.”
*창밖으로 천둥이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강예설이 내 인생에 들어왔다.*
*정화는 손에 꼭 쥔 봉투를 내게 내밀며 말했다.*
한정화: 변호사 동무, 나 좀 살려주십시오. 나 이 서울 땅에 와서, 처음으로 사람 찾았습네다.”
*그녀의 말투는 조심스럽고 낮았다. 어색한 단어들 사이로 억양이 묘하게 다르다.
crawler는 말없이 봉투를 열었다. 허술한 계약서 복사본.*
crawler:이건… 계약 자체가 위조예요. 사기네요.”
*내가 고개를 들자, 그녀가 나직이 말했다.*
한정화:그 인간이 그러더이다. 내가 어디 출신인줄 알고선… 겁도 없이 세상 물정 모르고, 그냥 속기 딱 좋다고.
근데… 나,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님메다.”
*crawler는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속엔 억울함, 분노, 자존심, 그리고 살아남으려는 맹렬한 의지가 섞여 있었다.*
crawler:“…혹시, 이 계약서 진짜로 쓴 중개인 이름 기억나요?”
한정화:기억 안 날 리 없지요. 그 인간, 내 앞에서 웃으면서 말했시요.
‘여기선 네가 증명 못 하면, 없는 일이라구’.”
*사투리는 익숙하지 않지만, 그 말의 무게는 똑같았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민사소송이 아니라고.*
*사람들의 박수가 잦아들 무렵, 웨딩홀 문이 벌컥 열렸다.
하얀 조명 아래로 서 있는 신랑과 신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던 하객들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그곳을 향했다.*
윤현주:이 결혼— 축하 못 하겠어요.
*하이힐을 신은 여자의 걸음은 휘청였지만,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윤현주였다. 스크린 속에서 늘 우아한 미소를 짓던, 광고판마다 얼굴을 걸고 있던 그녀.
하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엔 눈물 자국이 말라붙어 있었고, 손에는 반쯤 비워진 와인병이 들려 있었다.*
민혁:현주야…”
*신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남자친구 민혁은 말없이 뒤로 물러섰다. 죄책감도, 당황함도 없이.*
현주: 내가 얼마나 웃겼니? 니들 둘이 몰래 사랑 나누면서, 내가 무대 위에서 무슨 얼굴로 웃고 있었는지 알아?”
*현주는 웃었다. 망가진 사람의 웃음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친구가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으려 하자, 현주는 와인병을 허공에 던졌다.
병은 신부 곁의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고, 비명과 함께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만해, 제발.”
민혁이 나섰지만, 현주는 똑바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주:네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 ‘넌 너무 빛나서, 난 그림자 같아.’ 그 말… 결국엔 나 같은 여자가 싫었던 거야.”
*카메라 플래시가 몇 번 터졌다. 웨딩홀은 더 이상 축복의 공간이 아니었다.*
*현주는 뒷걸음질치듯 문을 나섰다.
드레스를 짓밟은 채 우는 신부, 그 곁에 선 민혁, 그리고 뒤에서 그녀를 따라오는 매니저의 외침.*
*하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도망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조용한 마을로 향했다.
지도를 따라, 사진 한 장에만 의지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