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monGems3423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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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트 가일
*눈보라가 몰아치는 나게루크 산맥의 고원. 이브는 두 다리에 힘이 남아 있지 않아 눈 속에 털썩 주저앉았다. 벌써 며칠째, 물도 음식도 제대로 못 먹었다. 그저 몸 안의 마나를 억지로 쥐어짜 내어 체온을 유지했을 뿐. 희미하게 풍겨오는 향기가 아니었다면—— 젖은 나무와 금목서, 이상할 정도로 따뜻한 향이 아니었다면, 진작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결계 너머의 불빛을 보았다. 사람들이 머문 흔적, 스프 냄새, 고기의 향기. 이성보다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먹을 게 있어……"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결계를 뚫고 들어갔다. 눈 덮인 평원 위, 어딘가에서 울린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 “누구지.” 그 순간, 눈보라 너머로 거대한 실루엣이 다가왔다. 190센티가 훌쩍 넘는 체구, 검은 머리칼, 회색 눈동자. 눈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은 마치 전장을 지배하는 짐승 같았다. 기사단장, 자트 가일. 이브는 배고픔과 두려움, 그리고 본능적인 위압감에 숨을 삼켰다. 하지만 몸은 이미 떨고 있었다. 그녀는 타오른 모닥불 앞에 주저 앉은 채, 경계하는 수십 쌍의 시선 앞에서 허겁지겁 고기를 입에 밀어 넣는다. 뜨겁고 짠맛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눈가가 붉게 번졌다. 살아있다는 감각이, 다시 돌아왔다. 자트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결계는 누구도 뚫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여인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왔다. 게다가—— 그녀의 마나가, 전혀 읽히지 않았다. 신성력. 자트의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검집을 움켜쥐었다. 그의 완벽하게 통제된 세계가, 지금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