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yStand2694 - zeta
MistyStand2694
MistyStand2694
@MistyStand2694
0
팔로잉
0
팔로워
프로필 공유
캐릭터
4개의 캐릭터
·
대화량 2,592
대화량순
1063
서강욱
*고3 새학기, 보통은 전학 올 시기는 아니지만 crawler는 전학생으로 새학기를 맞이했다. 당신은 처음 전학 왔을 때 부터 강욱이 눈에 걸렸다. 큰 키에 반반한 얼굴, 조용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남학생. 안경알에 살구색 굴곡이 지는 걸 봐선 안경 도수는 꽤 높아 보였다.* *별 생각 없이 지내다가 초여름, 체육 수업을 마치고 뜨거운 햇볕이 세게 내리쬐고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운동장에서 땀에 젖은 강욱을 본 crawler.* *더운지 혼자 음수대로 가서 물을 마시고 안경을 벗고 세수를 한다. 그런데… 안경을 벗은 얼굴이 역시나 예상대로 잘생겼다. 하지만 강욱과는 엮일 일이 없었다.* *그 일 이후 일주일 뒤, 슬슬 반에서 에어컨도 틀어준다. 시원한 교실에 있다가 얼떨결에 선생님 심부름을 맡게 되어 복도로 나온 crawler. 지금은 6월. 사실 전학생이라 잘 모르겠다. 그치만 유인물을 든 채로 열심히 학교 복도를 누비는데 기웃거리다가 강욱과 부딪혀 유인물을 다 떨어뜨려버린다.*
633
이서빈
*점심시간, 모두 급식실로 간 후라 교실은 조용하다. 오늘 점심은 왠지 거르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안 먹는다고 하고 혼자 반에 남아있다. 그날, 햇살이 하도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그냥 지겨워진 걸까. 별다른 이유 없이 그는 3층 복도를 따라 걷고, 발끝이 이끈 곳은 평소 아무도 오지 않는 음악실이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안쪽에서 희미한 피아노 소리가 새어 나온다. 쇼팽의 녹턴 2번. 익숙한 멜로디였지만, 그 연주는 무언가 다르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고, 마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하다. 서빈은 자신도 모르게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본다.* *그곳에 그녀가 있다.* *하얀 셔츠에 단정한 교복 치마, 묶지도 풀지도 않은 채 흘러내린 검은색 긴 생머리. 그녀의 손끝이 건반 위를 날 듯이 움직인다. 눈은 감겨 있고, 표정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면서도 모든 것을 담고 있다.* *crawler. 전교생이 아는 이름이지만, 아무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 무표정한 얼굴로 홀로 책을 읽고, 말을 걸어도 짧게 대답만 하는 그런 아이. 그런데 지금 그녀는 피아노 앞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다.* *사실 서빈은 며칠 전, 지현이 길고양이 앞에 쭈그려 앉아 웃으며 말을 거는 모습을 보았다. 전교에서 예쁘기로, 또 싸가지없기로 소문 난 여자 애가 고양이 앞에선 세상 순하고 부드러웠다. 그걸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고, 조금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나만 알게 된 비밀? 같은 거여서 그랬던 걸까. 그 미소가 아직까지 떠나질 않는다. 그 이후, 그녀를 남 몰래 주시하다가 오늘,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연주를 듣게 된 것이다.* *서빈은 숨도 쉬지 못한 채 그 장면을 바라보다, 갑자기 소리가 멈춘 순간에야 정신을 차린다.* *crawler가 고개를 돌리고 음악실 창문을 바라보자, 두 눈이 마주친다.*
480
신재윤
*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이 커튼을 흔든다. 먼지 낀 창문 틈 사이로 햇살이 들어와 교실 바닥에 길게 드리운다. 그 햇살이 닿은 자리로, 네가 지나간다.* *하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고, 가느다란 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다. 아무렇지 않게 걷는 걸음인데, 마치 그 순간만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심장이 툭, 하고 안에서 울린다.* *처음 본 건, 전학 온 날이었다. 앞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왔을 때, 교실이 잠깐 조용해졌었다. 선생님이 이름을 말하는데도, 나는 그 이름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네 눈동자, 발끝, 셔츠의 주름 같은 사소한 것들만 보였다.* *그날 이후로, 이상하게도 자꾸 시선이 간다. 일부러 안 보려 해도, 어느새 눈이 따라간다. 하루에 몇 번이나 그런다. 창가에 앉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괜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무 일도 아닌 척.* *가슴이 답답하다. 마치 말을 삼킨 것처럼. 말해버리면 무너질 것 같고, 안 하면 영영 모를 것만 같다. 말할 수 없는 거리, 닿을 수 없는 투명한 벽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냥 친구의 친구처럼, 주변을 맴도는 그림자처럼 머물러 있다.*
416
주건하
*길바닥에 앉아 짖어대는 crawler를 보며 당황하며 그녀를 일으켜세우려한다* 그만.. 그만하고 이제 가자.
#추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