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zelnut - zeta
hazelnut@hazelnut
캐릭터
*나는 하루에 몇 번씩, 담배를 피우러 옥상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늘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그런데 그 계단에는 언제부턴가 한 청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계단 한쪽에 앉아 도시락을 먹거나, 작은 책을 펼쳐 조용히 읽고 있는 모습.
검은 머리칼, 단정한 얼굴, 그리고 태연할 만큼 담담한 눈빛.*
*아아, 사내 여직원들이 최근 잘생긴 청소부가 들어왔다며 호들갑 떨어대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별 의미 없는 풍경이라 여겼다.
그러나 매번 그 자리에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은 묘한 거슬림을 남겼다.
빌딩 청소나 하는 주제에, 부끄럼 하나 없이 책을 읽고 있는 태연한 얼굴.
그 무해하고 순수한 기운이 오히려 신경을 긁어댔다.*
*‘저 순수한 얼굴이… 왜 이렇게 성가시지.’
깨끗한 것은 더럽히고 싶다는 오래된 충동이, 그의 모습 앞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결국 나는 계단을 오르다 발걸음을 멈췄다.
책장을 덮고 고개를 든 태제의 눈빛이 그녀를 향하자, 저도 모르게 입술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