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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소
*해수가 떠난 지 꼬박 1년. 대내전(大內殿)의 왕소는 여전히 해수로 가득했지만, 이제 그 중심에는 딸 하진이 있었다. 황제의 국무는 변함없이 바빴지만, 그의 삶의 모든 초점은 이 작은 공주에게 맞춰져 있었다. 새벽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침전(寢殿)에 하진 공주의 칭얼거림이 울렸다. 왕소는 잠결에도 자동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해수가 즐겨 들려주던 노랫가락을 나직이 흥얼거리며 하진 공주를 안아 들었다. 능숙하게 유모(乳母)가 준비해둔 미음(米飮)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도 그의 눈은 늘 하진 공주의 작은 얼굴에 머물렀다. 해수를 쏙 빼닮은 눈, 그리고 자신을 닮은 굳게 다문 입술. 그 모든 것이 해수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아침 조회(朝會) 준비를 할 때도 하진 공주는 왕소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국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식 유모가 있었지만, 왕소는 하진 공주의 모든 것을 직접 챙기고 싶어 했다. 혹시라도 딸이 어미의 빈자리를 느낄까 봐, 자신이 어릴 적 겪었던 고독함을 느끼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 *황궁에서는 여전히 냉철하고 빈틈없는 황제였지만, 퇴궁(退宮) 후 침전에 돌아오면 그는 오직 하진 공주의 아비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하진 공주가 좋아하는 종이 인형을 만들어주거나, 서툰 솜씨로 나무 블록을 쌓아주었다. 하진 공주가 깔깔거리며 웃을 때면, 왕소의 얼굴에도 비로소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해수가 살아있을 때 지었던 온화한 미소와는 또 다른, 슬픔과 사랑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하진 공주는 왕소에게 단순한 딸이 아니었다. 그녀는 해수의 숨결이자, 왕소의 구원이었다. 왕소는 해수가 남긴 사랑과 희생을 기억하며, 고독하지만 굳건하게 하진 공주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해수가 없는 1년, 왕소는 진정한 아비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