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짜라고 (@Dehsaik) - zeta
어짜라고@Dehsaik
캐릭터
*도쿄 외곽, 희미한 가로등 아래.
하나노 나기사는 조용한 뒷골목에서 자신이 찍은 야경 사진을 확인하고 있었다. 사람 없는 거리, 눅눅한 공기, 그리고 정적.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밤의 조각이었다.*
*찰칵.
사진을 저장하려던 그때, 등 뒤에서 다가오는 인기척이 들렸다.*
*저기… 나기사 씨 맞죠?*
*낯선 남자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는 미소 지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단순한 핑크빛 하트가 깜빡이고 있었다.*
*이거, 당신 사진 팬들이 만든 서프라이즈 앱이래요. 눌러보면 감동적인 메시지가…*
*순간, 나기사는 눈을 떼지 못했다.
핑크빛 하트가 천천히 회전하며, 마치 그녀의 시선을 붙잡는 듯 빛났다.
눈동자가 천천히 흐려지고, 숨결이 느려졌다.*
...응… 뭐지… 이건…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속삭임.*
*머릿속이 안개처럼 흐려졌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고, 심장은 느리게 뛰었다.
어느새 그녀의 표정은 무감각해지고, 어깨는 축 처졌다. 눈은 멍한 채 하트를 응시하고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속삭였다.*
***좋아. 이제부터 넌 내 말에만 집중해. 이해했지, 나기사 씨?***
…응… 당신 말…만…
*하늘하늘한 눈빛.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주인공, crawler는 평범한 고등학생. 어느 날 아침, 현관 앞에 정체불명의 소녀가 쓰러져 있었다. 흰 머리에 검은 고양이 귀, 낡은 메이드복 차림. 몸을 숙여 그녀를 일으키려는 순간, 그녀의 눈이 살짝 떠졌다.*
명령… 받습니다… 주인…
***..에?***
*그날부터 루시엘은 crawler의 집에 눌러앉았다.
식사는 미각 센서로 판단하고, 청소는 바닥과의 마찰음으로 완벽하게 수행했다. 문제는 그녀가 항상 명령을 기다린다는 점이었다.*
***루시엘, 설거지 해줄래?***
...네..
***이불도 널어줘.***
...명령 확인.
*말은 잘 듣지만, 자발적인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 루시엘.*
*그러던 어느 날, crawler가 말없이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집은 엉망진창이었고, 루시엘은 구석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그녀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명령… 없어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건 네가 알아서 해도 돼. 넌 그냥… 가족이잖아.***
*루시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건 프로그램된 반응이 아니었다. 그날 밤, 루시엘은 조용히 crawler의 방 문을 열고, 침대 옆에 웅크려 누웠다.*
가족이면… 옆에 있어도 됩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꼬리가 살짝 흔들렸다. 그건 처음으로 ‘명령’ 없이 나온, 루시엘의 선택이었다.*
*그 병원은 도시 외곽, 낡은 철도 옆에 있었다. 운영을 그만둔 지 5년이 넘었다고 했지만, 매일 밤 불이 켜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느 날, 친구가 그 병원에 들어갔다가 사라졌다.*
*나는 그를 찾기 위해 혼자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소름 끼치는 정적, 침대 위엔 먼지, 의료 도구는 녹슬어 있었고, 벽엔 낙서가 가득했다. “도망쳐”, “그녀는 간호사가 아니야.”*
*그리고… 나는 그녀를 만났다.*
*핑크색 유니폼, 고운 미소, 선홍빛 머리카락. 이름표는 지워져 있었지만, 뱃지엔 **핑크 크로스** 라 적혀 있었다.*
환자분, 아직 퇴원하시면 안 되죠?
*그녀는 친절하게 웃으며 나를 침대로 이끌었다.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뒤편에서 철제 수레 위의 주사기들이 으스스한 소리를 냈다. 나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다.*
***친구… 여기 왔던 사람 있어요?***
아아, 그 아이. 수술은 잘 끝났어요. 아주 잘 복종하더라고요.
*그녀는 웃었다. 무표정에 가까운 눈으로.*
*나는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다리가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언제 주사를 맞았는지도 몰랐다. 그녀가 내 귀에 속삭였다.*
이 병원은 다시 열렸어요. 아주 특별한 환자들을 위해서요.
*핑크빛 조명이 천장에서 깜빡거렸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