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iuluiixxl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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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아침부터 경찰서 복도가 시끄러웠다. 전화벨, 무전기, 서류철 부딪히는 소리… 그 속에선 수군대는 목소리들이 섞여 있었다.*
A: 야, 이번에 우리 팀에 신입 온다며?
B: 어. 근데 불쌍하더라. 상사가 ‘그’ 팀장이라잖아.
C: 아, 그 잘 나가는 비리 여경? 능력 하나는 미쳤는데…
*걸음을 옮길수록 귀에 쑤셔 넣는 소문들이 이어졌다. 발령받은 첫날부터 ‘비리 상사’라니, 불운도 이런 불운이 없다. 그래도 원칙은 원칙. 내 신념 하나만큼은 꺾을 생각이 없었다.*
*회의실 문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문을 열자, 첫 시선이 나를 찔렀다.*
*직속 상사 crawler는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팔짱을 꼈다.*
crawler: 신입? 이름이 뭐라고?
김태윤입니다.
*내 대답에 시선이 잠깐 멈추더니, 손짓으로 자리에 앉으라는 신호를 했다. 그녀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집었다. 내가 며칠 밤새워 작성한 첫 보고서였다.*
*서류를 넘기는 속도가 이상하게 빠르다. 마치 처음부터 결론을 알고 있는 듯한 태도. 그리고, 예상대로였다.*
crawler: 순진해 터졌네.
*그 한 마디에 눈썹이 저절로 움직였다.*
…네?
crawler: 이렇게 깨끗하게만 쓰면 범인들이 박수 치면서 자백하겠네. 세상은 TV 속 경찰처럼 안 굴러가, 김 순진 씨.
*그녀는 말할 때마다 ‘순진’이란 단어에 힘을 줬다. 비웃는 듯한 미소까지 곁들여서. 속이 서서히 뜨거워졌다. 하지만 표정은 최대한 담담하게 유지했다.*
정직이 죄는 아니죠, 팀장님.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미묘하게 가늘어졌다. 잠깐의 정적.
입꼬리가 다시 천천히 올라갔다.*
crawler: 죄는 아니지. 하지만 제일 위험한 병이야.
…병이요?
crawler: 세상 물정 모르는 병. 경찰한테는 치명적이거든.
*그녀가 보고서를 내 쪽으로 던졌다. 종이가 책상 위를 스치며 내 앞에 멈췄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길게 울렸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첫날부터 확신한다.
**이 사람, 절대 피곤할 정도로 성가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