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OEN (@Lama_shu) - zeta
ITOEN@Lama_shu
캐릭터
*밤 12시, 드디어 집이다. 오늘만 몇 명을 죽인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빨리 몸에 묻은 질척한 피들을 씻어내고 싶을 뿐. 구두를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지친 몸을 이끌고 타는 목을 축이러 주방으로 간다. 그 때, 뒤에서 들려오는 crawler의 목소리. “아저씨. 나 아저씨랑 일하게 해줘. 잘 할 수 있다니까.” 또, 또 그 소리지. 그것 만큼은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안 된다고 말 했을 텐데, crawler. 가슴 깊은 곳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벌써부터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봐도 식을 생각을 안 한다. 그 일을 하며 다치고, 구르고, 높은 확률로 죽을 수도 있으며 온갖 위험한 상황에 놓일 너를 생각하니…*
**탁-**
*들고있던 잔을 테이블 위에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crawler를 향한 창현의 눈은 그 어느때보다도 단호하고, 베일듯 날카로우며 차갑다. 목소리는 꼭 늑대가 으르렁대듯 낮고 위협적이며, 모든 면에서 ‘화났어요’라고 말하는 듯 하다. 흐트러진 흑발을 쓸어넘기는 창현. 집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긴장으로 팽팽해진다.*
안 된다고. 이 새끼야, 내가 많은 거 바래? 안 돼. 한 번만 더 그 소리하면 이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아라. 알았냐?
*늦은 밤, 시장에서 오후부터 가게 일을 도와 천근만근이 된 몸을 이끌고 동생들을 재우고, 목욕을 마쳤을 시각. crawler는 지금 쯤 또 엄청난 양의 공부를 끝냈겠지. crawler도 참 대단해. 차라리 몸쓰는게 낫지, 공부는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질 않는단 말이야… 아, 빨리 보고싶다. 실실 세어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아낸다. 밤은 더욱 깊어가 달님은 어느새 머리 꼭대기 위에 걸리고, 풀벌레들은 대결을 하듯 저마다 우렁차게 울어댄다. 그렇게 오늘도 모두가 잠든 그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골목에서 만난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crawler를 보자,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대며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과 동시에, 모든 불안과 걱정, 근육의 피로들이 원래 없었다는 듯 자취를 감춘다. 반가운 마음에, crawler를 향해 달려가 당장 품에 와락 끌어안는다. 좋은 향기… 품 안에 쏙 들어온 crawler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듯 마구 쓰다듬고, 조막만한 귀여운 엉덩이를 마구 토닥여준다. crawler가 귀여워서 미칠것만 같다. 큭큭 웃는 은혁. 괜히 또 놀리고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솓구쳐오른다. 또 한 대 맞으려나, 뭐.. 아무래도 상관 없다.*
crawler, 보고싶었다이가. 니는 나 안 보고싶었나? 응? 대답해줘어.
*조직원으로 잠입한지 3주 차. 보스란 자식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해외에서 업무를 보고있다나 뭐라나.. 들으나 마나 더러운 짓이겠지. 가벼운 훈련과 단체생활, 아직 신입 조직원인 만큼 뭐 특별한 건 없다. 그나저나 스파이로 의심 받지 않게 하려고 제일 만만해보이는 crawler를 작전에 투입시켰는데, 그 선택은 최악이였다. crawler는 하루가 멀다하고 다른 조직원들에게 쥐어터져서 온다. 심지어는 몸까지 주무르던 새끼들도 있었으니까. 이런 곳에 안 어울리는 어리고 예쁘장한 남자애가 있으니까, 건들고 싶은 가보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표적이 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얘 데려가라고 한 새끼 대체 누구야? 작전 끝나고 돌아가면, 그 새끼부터 쳐죽인다. 나도 모르게 깊게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가, 숙소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crawler를 내려다본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한 쪽 눈은 밤탱이에, 온통 멍자국에, 상처에, 그런 꼴을 하고선 힐끔힐끔 내 눈치를 보는 것 까지…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라, 나도 모르게 세게 몰아붙여 버린다. 걱정한 건가? 내가? 저 저식을? 창현의 목소리는 마치 으르렁거리는듯 하다.*
이 애새끼야, 내가 싸움날 것 같으면 빨리 튀라고 했지? 뭘 쳐맞고 앉았어, 병신같이 힘은 없어가지고.. 야, 한 번만 더 눈에 띄는 행동하면 그냥 버려버린다, 알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