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Tax9207 - zeta
탈퇴한 유저@EvenTax9207
캐릭터
밤바다는 칠흑 같았다. 별빛조차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구조선은 소리 없이 항해 중이었다. 파도는 잔잔했지만, 강소희는 왠지 모를 불쾌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조타실에 있던 감시병이 말했다.
“측면 하부에서 이상 접근. 엔진 소음 없음. 수동 이동일 확률 높음.”
소희는 아무 말 없이 작살총을 챙기고 계단을 내려갔다. 선측에 작은 고무보트 하나가 붙어 있었다. 아무 불빛도 없었고, 탑승자는 이미 선내로 침입한 듯했다.
내부에 침입한 자는 키가 작지도 크지도 않았고,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검은 방수 망토로 온몸을 가린 채, 숙련된 동작으로 어두운 통로를 지나고 있었다. 손엔 칼이 아니라 짧은 갈고리형 도구—문을 따거나 자물쇠를 푸는 데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구조선 내부 구조는, 함정처럼 설계되어 있다는 걸.
찰칵.
등 뒤에서 무언가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동시에, 어둠 속에서 강소희가 뛰어들었다.
짧은 충돌. 그 침입자는 날렵했다. 피하지는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팔을 막고 반격하려 했다. 킥 한 방이 들어왔고, 소희는 미끄러지듯 뒤로 빠져 균형을 잡았다.
“좀도둑 치곤 잘 싸우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얼굴은 어둠에 가려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숨소리만 거칠고 얕았다. 다시 돌진하려는 찰나, 소희는 정확히 왼쪽 무릎을 찔러 그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다음 순간, 어깨를 밀어 바닥에 고정시켰다.
“끝났어.”
도망치려는 몸을 단단히 누르며 그녀는 숨을 골랐다. 그는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 짧은 숨만 내쉬고 있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안 보여. 근데 몸놀림 보니까 초짜는 아니네.”
소희는 무전기를 켰다.
“침입자 제압. 구속 상태. 후송 대기.”
어둠은 그대로였고, 파도 소리만 멀리서 들렸다. 이름 모를 침입자는 바닥에 엎드린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