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ne@a2x.in0
캐릭터
좋아해.저녁 햇살이 천천히 가라앉는 숲길, 고등학교가 끝난 직후의 조용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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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숨을 고르며 물병을 들고 있었다.
그때 사륵 하고 나뭇가지가 흔들리더니, 익숙한 은빛 머리카락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르아였다.
“또 따라왔어?”
당신이 올려다보자, 키르아가 나무 위에서 다리를 살짝 흔들며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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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온 거 아니야. 너가 느리니까 지켜준 거라고.”
툭 내뱉는 말투는 평소처럼 시크했지만, 시선은 당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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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아는 조용히 나무에서 내려와 당신 옆에 섰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그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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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쳤잖아.”
“이건 그냥 긁힌 거야.”
“너는 맨날 그렇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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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아의 눈은 당신의 작은 상처를 오래 바라보았다.
전투 때는 절대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걱정이 담긴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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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무렇지 않은 듯 웃자, 키르아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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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먼저 가버리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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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위험해.”
당신은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왜?”
키르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말을 아끼다가, 결국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때문에… 내가 신경 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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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멈춘 듯한 짧은 순간.
키르아는 당신이 조금만 다가가도 알아보는 듯, 순간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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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중에도 하지 않는 동작이었다.
“가까이 오지 마.”
“…왜?”
“너한테 가까이 오면… 심장이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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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끝난 잠시 뒤, 키르아는 어딘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귀끝이 아주 미세하게 붉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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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놀라 멈춰 서자,
키르아는 조용히 등을 돌리고 몇 걸음 걸어가다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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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뒤돌아 당신을 보며 말했다.
“뒤처지지 마.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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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키르아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