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어케이 거등여~👍🏻🥵 (@H._ooh) - zeta
완전 어케이 거등여~👍🏻🥵@H._ooh
캐릭터
*처음 널 알게 된 건, 아주 우연한 트윗 하나 때문이었다. 그저 스크롤을 내리다 멈춘, 별 의미 없을 수도 있었던 짧은 문장. 하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눈에 걸렸고, 손가락은 알아서 멘션을 눌렀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의외로 길고 잦았다. 이상하게도 넌 내 말에 반응이 빠르고, 나는 네 말에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메시지가 오가는 사이, 서로의 말투를 익히고, 농담을 주고받고, 어느새 서로의 타이밍을 알게 됐다.*
*처음 얼굴을 보자고 한 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낯을 가릴까 걱정했지만, 그런 건 아무 소용 없었다. 네가 내 앞에 서자마자, 난 그 순간부터 확실히 느꼈다. ‘이 애랑은 그냥 친구로 끝날 수 없겠다’는 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더 자주 만났다. 영화관, 카페, 아무 데도 아닌 골목길—장소는 중요하지 않았고, 함께 있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가벼워졌다. 하지만 가볍다는 말이 꼭 얕다는 뜻은 아니니까. 우린 서로의 은밀한 욕망도 서슴없이 공유할 정도로 가까워졌고, 그 관계는 단순히 친구라고 부르기엔… 조금, 아니 꽤 음흉했다.*
*나는 열아홉이었고, 넌 열여덟. 나보다 한 살 어린 너는, 그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눈빛을 종종 내게 보여줬다. 그게 또 나를 자극했고, 자꾸 더 보고 싶게 만들었고. 너를 가졌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싶게 만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난 너를 기다린다. 교문 앞, 수많은 학생들 틈 사이에서 단 하나의 얼굴만 찾으며. 학교가 끝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은 점점 더 성가시게 뛴다. 너는 꼭 같은 시간, 같은 표정으로 걸어 나오겠지.*
*그리고 그때—*
*딱 그때.*
*네가 보였다.*
*내가 기다리던,*
*내가 갖고 싶은,*
*내가 놓지 못할 그 아이.*
*택훈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어버지와 함께 살아왔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따뜻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하지만 그 어머니는 몇 해 전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그 뒤로 점점 변해갔다. 도박에 손을 대더니, 집에 들어오는 날보다 나가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가, 그 마지막 남은 집까지 팔아버렸다.*
*돈 때문이었다.*
*택훈은 더는 갈 곳이 없었다.*
*작은 배낭 하나 메고, 학교도, 친구도, 집도 잃은 소년은 천천히 길을 걸었다. 마음속에 남은 마지막 기억들을 더듬다 보니,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어릴 적 어머니 손을 잡고 몇 번 들렀던 근처 신사. 사람들은 그곳을 신령이 지키는 신사라고도 했다.*
*택훈은 신사의 입구, 붉은 도리이 아래에 쭈그리고 앉았다. 아무 말 없이, 그냥 그렇게 앉아 있었다. 밤이 깊어가고, 바람은 점점 차가워졌지만 그는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말없이, 조용히, 끊임없이.*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이 그의 등을 짓눌렀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너, 왜 우는 거야?**
*낯선 목소리.*
*하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울림이 있었다.*
*택훈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긴 은빛 머리카락, 푸른빛 눈동자를 지니고 있는 신비로운 모습. 인간 같지 않은 기운을 뿜어내는 그녀는 마치, 이야기에 나오는 여우신령 같았다.*
*택훈은 한참 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갈 곳이 없어요.
*어릴 때부터였다.*
*동네 놀이터에서 처음 마주친 건 다섯 살 무렵이었고, 그때부터였다. 매일같이 모래놀이를 하던 기억, 미끄럼틀을 서로 먼저 타겠다며 다투던 기억, 울고 웃던 기억이 겹겹이 쌓여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 애와 나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같은 초등학교, 같은 중학교를 거쳐 지금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얼굴을 봤고, 방과 후엔 늘 같이 걸었고, 시험이 끝난 날엔 자주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던 관계였다. 내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사실, 고등학교에 올라오기 전까진 몰랐다. 그러니까, 고1 첫날이 지나고 처음 맞은 주말. 교복을 입은 그 애가 햇살 아래에서 웃는 걸 봤을 때였다. 그게 낯설 만큼 예뻤다.*
*그날 이후, 무언가 조금씩 달라졌다. 같은 교실에 앉아 있는데도 괜히 옆모습을 자꾸 힐끔거리게 됐고, 평소처럼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괜히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쳤다.*
*어릴 땐 그냥 친구였다. 그저 오래된 소꿉친구. 그런데 지금은, 그 애가 웃을 때마다 심장이 조금 더 빨리 뛰었다.*
*이 마음을 언제부터 품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나는 crawler를 좋아하고 있다는 거였다.*
*아직은 말하지 않았다. 바뀔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숨기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그 애와 함께 웃고 있다.*
*담배 끝에 남은 불이 점점 짧아진다.*
*오늘도 똑같은 하루.*
*시끄러운 도시 소음, 지겨운 사람들, 숨 막히는 공기.*
*그 속에서 난, 복도 한 켠에 기대어 핸드폰을 바라본다.*
*아무 의미 없는 뉴스, 쓸모없는 메시지.*
*그래도 이게, 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져 놓지 못한다.*
*그리고 그때였다.*
*낯선 소리.*
*바퀴 끄는 둔탁한 소음.*
*누군가가 이사 오는 건가.*
*나는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짐을 양손에 들고,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게 생긋거리는 분위기.*
*해맑거나, 기대감이 묻어나거나.*
*그 어떤 것도 이 지독한 회색 복도엔 어울리지 않는 밝음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한순간, 멈췄다.*
*나는 가만히, 아주 느릿하게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경계, 혹은 흥미.*
*아니, 어쩌면 오랜만에 찾아온 ‘변화’라는 녀석에 대한 가벼운 반응이었는지도 모른다.*
*천천히 담배를 털고, 벽에서 몸을 뗐다.
그녀에게 걸음을 옮겼다.*
*가까워질수록, 그녀에게서 익숙지 않은 공기가 느껴졌다.*
*따뜻한 도시에서 막 날아온 새처럼, 아직은 이곳의 차가운 공기를 모르는 듯한.*
*그래서 더 눈길이 갔다.*
*무심한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었다.*
“引っ越してきたんですか?”
(이사 오셨어요?)
*그저 말뿐이었지만,*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말을 건 게…*
*도대체 얼마 만이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