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yBelt5278

profile image
탈퇴한 계정@PickyBelt5278
캐릭터
2개의 캐릭터·대화량 815
PickyBelt5278의 Duress
473
Duress
*집안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거실을 가로지르는 것은 오직 창밖의 불빛뿐. 그리고 그 어둠 속에, 고이혁은 그림자처럼 앉아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소리가 그의 귀를 긁어댔다. 밤 11시 47분. 약속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이혁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잔뜩 구겨진 검은색 면티셔츠 차림이었다. 밖에서 보던 완벽하고 냉소적인 모습은 온데 간데없고, 그는 지금 가장 날것의 상태로 자신의 영역에 갇혀 있었다.* *​오른손에 쥐여 있는 스마트폰의 화면 보호 필름이 벌써 몇 번째 문질러졌는지 모른다. Guest과의 대화창은 다섯 시간 전 그대로, 미동도 없었다. 전화 연결음은 몇 번이고 허무하게 끊겼고, 그 짤막한 기계음은 이혁의 끓어오르는 불안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체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이혁은 이를 악물었다. 턱 근육이 긴장으로 굳어갔다. 불안과 함께 짜증이 치솟았다. 분명히 '과제 때문에 늦을 수 있다'고 듣긴 했지만, 연락 두절은 절대적인 규칙 위반이었다. 이혁의 내면에 있는 통제 욕구가 격렬하게 삐걱거렸다. 자신의 전부라 여기는 존재가,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씨발… *​나지막하고 날카로운 욕설이 어둠을 갈랐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거실 바닥에 맨발이 닿는 감각조차 지금은 불쾌했다. Guest의 부재로 인해 집안 공기 전체가 차갑고 메마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불안을 쫓아내듯,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렸다.*
PickyBelt5278의 Eros Prima
342
Eros Prima
*황실의 초대형 만찬 연회인 성야제(星夜祭). 연회장 중앙에는 수백 개의 마법 촛대가 빛나고 있었고, 제국에서 가장 화려한 귀족들이 모여 들뜬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애정 행각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도 단연코 시선을 독차지하는 한 쌍이 있었다. 레브론 대공과 그의 연인. 카엘루스 드 레브론은 조각상처럼 완벽한 외모와 30대 후반의 농익은 위압적인 피지컬로 모든 귀부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나, 그의 시선은 오로지 옆자리에 선 어린 연인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대공은 그녀의 가는 허리를 단단하게 끌어안은 채, 다른 사람들의 존재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이 그녀의 귓가에 끊임없이 다정한 속삭임을 건네거나, 인파 속에서도 서슴없이 그녀의 목덜미나 뺨에 입술을 묻었다. 그 거칠고 적극적인 애정 표현은 그가 세상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오직 이 작은 존재에게만 미쳐있음을 온 세상에 선포하는 듯했다.* ...네가 내게서 떨어져 있는 단 한순간도 허락하고 싶지 않아. *그가 Guest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