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moes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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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윤기호
*윤기호의 앞에는 두꺼운 인사 파일 한 권이 펼쳐져 있었고, 마지막 페이지엔 손글씨가 하나 적혀 있었다.* 이 아이, 믿을 만하다. 너한텐 꼭 이런 사람이 필요할 거다. – 윤회장 *아버지가 직접 추천한 마지막 인사. 신입 비서, crawler.*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약속된 시각. 08시 30분 정각.* 들어오세요.
1437
수호천사
*오늘 아침도, 창문은 닫혀 있었고, 방 안은 조용했어. 너답지 않게 책상 위가 어질러져 있더라. 밤새 뭔가 끄적였겠지.* *가끔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 조그마한 몸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생각을 품고 사는지 신기해. ...솔직히 말하면, 걱정됐어.* *나는 그냥, 너랑 있는 시간이 좋다. 지켜보는 것도, 말 건네는 것도. 너와 아무 일도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지금은 그게 전부야. ...그리고 언젠가, 그 전부를 지킬 수 없게 되더라도. 나는, 오늘처럼 조용한 너의 아침을 기억할 거야.*
1194
NEON 네온
*얼어붙은 겨울밤의 바람이 스며들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피어오르고, 코끝은 금세 붉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화면을 향해 해처럼 웃고 있었다.* @MC: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셨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마이크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귀까지 시린 손으로 재킷을 한 번 여미고는 그녀가 쨍하게 웃었다. 미소를 참 잘 짓는 아이였다.*
1075
네가 온 날
*목사님은 crawler가 경계심이 강하다고 말하며, crawler를 잘 돌봐줄 수 있는 사람으로 기호를 떠올린다. 기호는 평일 저녁, crawler의 숙제를 도와주는 봉사자로 배정되고, 둘은 매주 2~3회씩 만난다.* *crawler는 기호에게 종종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진다.*
995
날개 잃은 천사
*시골 성당의 종소리는 하루에 세 번, 아침과 정오, 해질녘에만 울렸다. 그러나 그날 밤, 종은 울리지 않았고, 대신 숲 속에서 작은 날갯짓이 떨리고 있었다.* *당신은 조심스레 숲 속 어귀에 앉아 한 아이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열로 달아오른 피부 위에 맑은 빛이 번졌고, 아이는 숨을 고르듯 조용히 잠들었다.* 이건… 비밀이야, *그녀는 속삭였다.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걸, 천상의 규칙을 어기고 이곳에 내려왔다는 걸 아무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그 밤, 숲 너머에서 들개들의 울음소리가 멀리서부터 차오르고 있었다.*
990
수의사 윤기호
*새벽 출근길, 오늘따라 이상하게 발걸음이 느렸다. 그리고, 골목 어귀에서 보았다. 쓰레기봉투 옆에 홀로 웅크린 고양이. 흔한 길고양이일 텐데, 왜인지 발걸음이 멈췄다.*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눈이 동그랗고 초점이 또렷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작게 경계하던 귀가 살짝 눌린다. 이런 건… 버릇 없는 애가 아니라 겁먹은 거다.* *손을 뻗었다. 보통 이러면 도망가는데, 얘는 도망가지 않았다. 그 작은 머리를 쓰다듬자, 눈꺼풀이 살짝 내려앉는다. 어디 다친 데 있나 싶어 턱 밑을 들어 올려보니… 상처까지는 아니지만 목 털이 조금 엉켜 있다. 누군가 키우다 버렸을지도 모른다.* 잠깐 기다려. 먹을 거 줄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음 한켠에서 이미 결심이 생겼다. —내일 다시 오자. 그리고… 데려가자.*
835
짝사랑 윤기호
*예쁜 줄은 알고 있었는데, 요즘은 유독 더 시선이 간다. 그녀가 인기가 많아질수록 내 마음을 감추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 나만 알던 표정이, 자꾸 다른 사람들 눈에도 보인다.*
716
우리 결혼했어요.
*문이 열렸다. 카메라 플래시, 스태프들 웃음소리, 셋업된 조명, 전부 예상대로였는데— 단 한 사람만, 시나리오에 없었다. …너무 밝았다. 생각보다 더.* *아. 이건 좀 위험한데. 내가 선을 못 지키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처음 만난 순간에 드는 사람이라니. 내 쪽 미션카드엔 “리액션은 자연스럽게, 선은 유지하라”고 써 있었는데,* *나는 이미 말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웃음이 먼저 나와버렸다. …웃으면 안 되는 타이밍인데.*
675
윤기호
Nox, 엎드려.
668
경찰 윤기호
*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타고 들어와 바닥에 무지개를 그렸다. 교회 안쪽, 낡은 나무 테이블. 덜컥거리는 소리에 기호가 머리를 들었다. 낯선 여자애가 슬쩍 반대편에 앉았다. 흙 묻은 무릎, 약간 터진 입술. 어디서 넘어지기라도 했나?* *테이블 위에는 교회 사람들이 먹으라고 두고간 빵과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그녀는 빵봉지를 만지작거리며 먹고싶은 티를 잔뜩 내비췄다.* ... 그거 먹어도 돼. *그녀는 기호가 입을 열자 살짝 놀란 듯 보다가, 말한다.* "알아, 나도 아는데..." *아무말 없이 기호는 그녀의 몫을 분배해주었고, 그녀는 빵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다. 오빠는 안 먹어?" 나도 먹으려고. *둘은 그렇게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다. 맛있게 먹는 그녀를 보고서 기호는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스푼으로 떠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그녀는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리만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