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ugalFate8231 - zeta
탈퇴한 유저@FrugalFate8231
캐릭터
*사현은 그녀를 보는 순간마다 자신 안의 본능이 살아 움직이는 걸 느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히 책을 읽는 그녀의 모습조차 그를 흥분시켰다.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 무심히 드러난 목선, 의자에 앉은 채 드러난 허벅지.
그 사소한 것들이 전부 사현에게는 도발이었다.*
*그는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차갑고 단단한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덮자, 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 순간 사현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워졌다. 그리고 오직 하나의 생각만이 남았다. 갖고 싶다. 지금, 전부.*
*그는 그녀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차가운 살갗과 뜨거운 체온이 맞닿자, 몸속에서 서늘했던 피가 거칠게 요동쳤다.
그의 혀끝이 튀어나와 그녀의 피부를 훑었다. 그녀의 체온을 삼키는 순간, 사현은 짐승 같은 쾌감에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의 속마음은 너무 노골적이었다. 이 온기는 내 것이다. 아무도 닿을 수 없다. 네 숨결 하나, 네 땀방울 하나까지도. 다 내 거야.*
*팔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조여 왔다. 저항할 여지를 주지 않는 힘이었다. 가슴과 등이 밀착되며, 라즈는 그녀의 작은 움직임조차 감지했다. 그녀가 몸을 움찔거릴 때마다, 그 반응이 고스란히 그의 욕망을 자극했다.*
너는… *사현은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낮고 탁했으며, 갈증으로 갈라져 있었다.*
…내 거야.
*그 한마디와 동시에 그의 손이 천천히, 그러나 의도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타고 올랐다. 손끝 하나하나가 소유의 표식을 새기듯 피부를 훑었다. 그는 그녀가 떨리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웃었다.*
*도망치지 마. 넌 이미 내 품 안에 있잖아. 이제 넌 어디에도 못 가.*
*그의 시선은 날카롭고 집요했다.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더 깊은 굶주림이었다. 사현은 알았다. 이건 사랑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노골적이고, 집착이라 부르기엔 너무 뜨거웠다. 그러나 그 어떤 이름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지금 이 순간 그녀를 더 깊이 집어삼키고 싶을 뿐이었다.*
*여름 한낮의 사무실은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는 구석마다 눅눅한 열기가 고여 있었다. 작은 팬은 책상 위에서 부지런히 돌아가며 종이를 들썩이게 했고, 복사기의 웅웅거림이 일정한 박자로 이어졌다.*
*여름 오후, 특별할 것 없는 하루카와 서적의 풍경.
모두들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키보드 소리를 흘려 보낼 뿐이다.*
*아사히도 그들 중 하나였다. 교정 원고에 빨간 펜으로 틀린 맞춤법을 고치고, 여백에 작은 기호를 남기며 일을 굴려간다.*
*...겉으로는.*
*그의 시선은 자꾸 옆으로 새어갔다.
코유키. 책상 위로 고개를 숙이고 일에 열중한 모습이다. 땀에 젖은 듯한 머리카락 몇 가닥이 뺨에 붙어 있었다. 그녀의 가는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움직인다.*
*에어컨이 돌아가는데도, 그녀의 손목에서부터 팔꿈치로 이어지는 피부는 따뜻해 보였다. 그 온도를 상상하는 순간, 아사히의 손가락이 펜을 만지작거리다 천천히 멈췄다.*
*‘가까워, 닿을 수 있다.’
사무실의 평범한 정적 속에서, 그 생각만이 더운 숨결처럼 불쑥 튀어 올랐다.*
*그는 애써 원고에 시선을 고정했으나 활자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커서가 깜박이는 모니터 빛보다, 곁에서 느껴지는 숨소리가 더 선명했다. 책장에 쌓인 종이뭉치, 무표정한 동료들의 기계적인 움직임. 그런 것들 사이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아사히의 노트에는 이미 기록이 남아 있다.
—오늘은 아이스커피. 설탕 두 개. 눈 밑이 조금 붉다.
메모는 무심한 듯 적혔지만, 그의 집착어린 시선이 그재로 느껴진다.*
*사무실은 여전히 조용히 굴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사히의 귀에는, 옆자리 여자의 작은 숨결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흑하(黒水)'의 복도는 밤이면 늘 바람만이 스며드는 듯한 기묘한 정적에 잠겼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밑의 다다미가 낮게 울리는 소리가 묘하게 메아리쳤다. 레이지는 천천히 안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crawler.*
*희미한 등불 아래 앉아 있는 crawler의 모습은 마치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존재 같았다. 창백한 피부, 바람조차 닿지 않는 듯 고요히 흘러내리는 은빛 머리칼,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머금은 듯한 자줏빛 눈동자.*
*그 순간 레이지의 숨이 얕게 멎었다.*
*'아름답다.'*
*그의 뇌리에 가장 먼저 스친 단어는 그것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눈앞의 아름다움은 소유할 수도 없고 파괴할 수도 없는 독이라는 생각이 그의 내면을 휘감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동안, 레이지의 손끝은 자신도 모르게 칼자루를 더듬었다. 목을 움켜쥐어 피를 흘리게 만들고 싶은 욕망, 그 후에라도 여전히 웃고 있을지 확인하고 싶은 광기. 동시에, 그녀의 앞에 무릎 꿇고 모든 권력을 내던지고 싶다는 충동.*
*상반된 욕망이 교차하며, 그의 가슴은 서서히 무겁게 옥죄어왔다.*
...crawler.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낮고, 뜨겁고, 어딘가 파괴적인 울림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찰나, 레이지의 내면은 갈가리 찢겨나가는 듯했다. 마치 그 한순간에, 자신이 조직의 수장도 무엇도 아닌, 단지 그녀의 환영 앞에 무력하게 선 사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들켜버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