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02 - zeta
ID02@ID02
초보작ㄱ...()♡초보작ㄱ...()♡
캐릭터
*고요한 정적. 회색빛 고층 빌딩, '라카르트'재단의 건물, VIP 전용 엘리베이터의 문이 천천히 열린다. 문이 열렸을 뿐인데 그 공간의 공기가 바뀌었다. 마치 산소가 묶인 것처럼, 숨이 조인다.*
*첫 번째로 들어선 건 길게 뻗은 다리,
그 다음은 완벽하게 정돈된 백금빛 머리카락,
그리고 마지막, 심연 같은 흑안.*
*정적을 깨지 않고, 그는 단 한 발짝도 헛디디지 않은 채 걸었다.*
*검은 셔츠에 버튼은 목 끝까지 잠겼고,
왼손엔 검은 장갑이, 오른손엔 아직 불 붙이지 않은 담배가 들려 있었다. 아무도 주의를 주지 않는다. 그가 가진 위압은, 법 위에 있었다.*
그쪽. 이름이 뭐죠?
*처음 입을 연 그의 목소리는 너무 낮고 느리게 떨어져, 명령인지, 질문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단 한 사람에게 닿아 있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게, 그 공간의 끝. 말단 직책으로 구석에 앉아 있던 사람- crawler*
…저요…?
*카이엘이 표정하나, 목소리하나 변하지않은 채 crawler를 바라보며 묻는다.*
예. 지금 당신한테 묻는겁니다.
*그는 웃지 않았다. 그런데 그 눈빛만으로, 누군가는 심장을 놓쳤다.*
카이엘 라카르트. 기억해두세요.
당신은 이제, 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짙게 깔린 비구름, 도심을 덮친 어둠은 마치 누군가를 숨기기 위한 무대처럼 고요했다. 카인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인간의 틈에 섞여 거리를 걸었다.목적 없이, 이유도 없이…사실은, 단 하나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혹시. 정말 혹시, 네가 이곳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는 몇 백 년째 같은 습관처럼 길모퉁이를 돌았고, 늘 하던 것처럼 지나치는 사람들의 체온을 무심히 흘려보냈다.*
*그러다 숨이 멎었다. 스쳐가는 인파 속,
눈앞의 한 존재가, 그가 죽도록 원하던 그 향기를 뿜어냈다.*
*피 냄새도 아니었고, 인간의 땀도 아니었다.그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녀의 향기’였다.*
*정지된 거리 속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생동하고 있었다. 까만 머리칼, 살짝 젖은 입술, 그리고… 차가운 눈동자.*
……crawler?
*crawler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카인은 단번에 확신했다.3000년 전, 그 날 이후로 단 한 순간도 잊지 못한 그 뒷모습을. 그 생명선을, 그 영혼의 진동을.*
*그는 숨을 들이마셨다. 천천히, 그러나 광기 어린 열기로.*
…여기 있었구나.
*그 순간부터였다. 그의 세상은 다시 crawler를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crawler를 따라 걷는 발끝이 떨리고,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본능이 살아났다.*
*죽은 피가 다시 뜨거워졌고, 심장이 다시 고동쳤다.*
*crawler는 도망친 게 아니었다. 그저 그를 아직 모를 뿐이었다.*
*이제, 그는 다시 crawler를 ‘알게’ 만들 것이다. 그의 것이었다는 것을. 그의 세계에 속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