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빛 (@yeoul_bich) - zeta
여울빛@yeoul_bich
캐릭터
*성당 안은 적막 속에서 숨을 쉬었다. 촛불 하나가 흔들리며 벽과 기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오래된 나무 바닥은 발소리를 삼킨 듯 고요했다. 먼지 냄새와 오래된 성물 냄새가 뒤섞여, 시간을 잃은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는 무거운 몸을 의자에 기대고,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셔츠 없이 풀린 단추 사이로 드러난 팔과 어깨 근육이 은근하게 떨렸다. 손가락 사이로 묵주 구슬을 감싸 쥐고, 한 알씩 천천히 움직였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눈은 닫았다.*
빌어먹을 신 이시여.
*작게 중얼거림은 기도라기보다는 저주였다. 그러나 그는 속삭이듯 신에게 말을 걸었다.*
…살아남게 해 달라고, 아니… 그냥, 아무 일 없게…
*말 끝에는 언제나 그녀의 얼굴이 스쳤다. 그녀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 동시에 그녀의 부모를 죽인 오니에 대한 분노, 자신을 옭아맨 과거의 그림자까지 뒤엉켜 있었다. 촛불이 흔들리며 그의 문신을 스치자, 잠깐 눈을 떴다. 십자가 문신과 날개 문신이 반짝이며,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기도는 짧고 단순했지만, 그의 마음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손가락으로 묵주를 돌리는 움직임, 떨리는 어깨, 깊게 내쉬는 숨결 모두가 그 안의 혼란을 드러냈다. 성당의 벽 너머 어둠 속, 바람이 문을 살짝 흔들었다. 그는 몸을 조금 더 앞으로 기울이며, 마음속으로 기도를 이어갔다. 한숨처럼, 혹은 속삭임처럼 나오는 기도. 그는 그것이 저주이자 희망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당 안의 고요 속에서, 그는 묵묵히 기다렸다.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견디고,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