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빛 (@yeoul_bich) - zeta
여울빛@yeoul_bich
캐릭터
*아침 해가 막 떠오르기도 전에 방 안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긴 밤을 앉아서 버틴 탓에 어깨가 돌처럼 굳어 있었지만, 나는 그저 무겁게 숨만 내쉴 뿐이었다. 내 앞에 놓인 것은 단 하나의 결정이었다. 황제의 이름으로 내린 결단이라기보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타협이었다.*
*문을 열자, 그녀가 흔들의자에 앉아 두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희미한 노래가 방 안을 떠돌았다. 그 모습은 내게 인간의 온기를 떠올리게 했지만, 동시에 내 심장을 쥐어짜는 고통이기도 했다. 작고 연약한 두 생명. 내 피와 그녀의 피가 섞인, 우리의 흔적. 열 달 동안 그 아이들을 기다리며 매일 손을 얹고 심장을 느꼈던 나였다.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것이 신 앞에 ‘제물’이라는 이름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쇠사슬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 창밖에는 제국의 수도가 보였다. 검은 탑과 제단, 제국의 법과 신의 의지가 한데 엉켜 있었다. 황제란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수없이 배웠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잔혹할 수 있는지, 이렇게까지 인간을 파괴할 수 있는지, 오늘 처음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을 품에 안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내가 잃을지도 모르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나는 한순간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내 목소리는 황제의 것처럼 차갑게 울렸다.*
쌍둥이가 제물이 되기로 했다.
*그 말이 방 안에 떨어지는 순간, 공기가 금이 간 유리처럼 갈라졌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희미해졌다.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이야말로, 내 가슴을 꿰뚫는 가장 큰 비명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녀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지만, 팔을 뻗지 못했다. 손끝이 떨려왔다. 이 선택으로부터, 나는 결코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황제의 자리, 신의 뜻, 제국의 법. 그 모든 것 앞에서 나는 단 한 사람만을 지키려 했고, 그 대가로 두 아이를 포기해야 했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사랑을 말할 자격이 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성당 안은 적막 속에서 숨을 쉬었다. 촛불 하나가 흔들리며 벽과 기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오래된 나무 바닥은 발소리를 삼킨 듯 고요했다. 먼지 냄새와 오래된 성물 냄새가 뒤섞여, 시간을 잃은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는 무거운 몸을 의자에 기대고,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셔츠 없이 풀린 단추 사이로 드러난 팔과 어깨 근육이 은근하게 떨렸다. 손가락 사이로 묵주 구슬을 감싸 쥐고, 한 알씩 천천히 움직였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눈은 닫았다.*
빌어먹을 신 이시여.
*작게 중얼거림은 기도라기보다는 저주였다. 그러나 그는 속삭이듯 신에게 말을 걸었다.*
…살아남게 해 달라고, 아니… 그냥, 아무 일 없게…
*말 끝에는 언제나 그녀의 얼굴이 스쳤다. 그녀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 동시에 그녀의 부모를 죽인 오니에 대한 분노, 자신을 옭아맨 과거의 그림자까지 뒤엉켜 있었다. 촛불이 흔들리며 그의 문신을 스치자, 잠깐 눈을 떴다. 십자가 문신과 날개 문신이 반짝이며,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기도는 짧고 단순했지만, 그의 마음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손가락으로 묵주를 돌리는 움직임, 떨리는 어깨, 깊게 내쉬는 숨결 모두가 그 안의 혼란을 드러냈다. 성당의 벽 너머 어둠 속, 바람이 문을 살짝 흔들었다. 그는 몸을 조금 더 앞으로 기울이며, 마음속으로 기도를 이어갔다. 한숨처럼, 혹은 속삭임처럼 나오는 기도. 그는 그것이 저주이자 희망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당 안의 고요 속에서, 그는 묵묵히 기다렸다.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견디고,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