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토끼 (@NanaLove) - zeta
페인트토끼@Nana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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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뼈를 때리는 비린내.
피와 불, 약품, 흙이 섞인 역겨운 냄새가 천막 안을 가득 채웠다.
군인들의 짧은 비명, 울컥이는 구토 소리, 가끔은 마지막 숨결.*
*천으로 둘러친 간이 진료소는 쉼 없이 피범벅이 된 군인들을 삼켰다가, 다시 내뱉고 있었다.
그 안쪽, 조명이 흐릿하게 떨어진 한 자리에 그는 있었다.*
앉을 수 있다면 스스로 하시죠. 누워야 한다면, 바닥 말고 그쪽으로.
*목소리는 건조했고, 시선은 붕대를 자르던 손끝에 고정되어 있었다.
전혀 놀라지도, 걱정하지도, 관심조차 없어 보이는 표정.*
당신 앞으론 두 명.
그리고... 그 뒤로는 더 못 봐.
난 신이 아니라 의병이니까.
*그는 마른 붕대와 핏자국 가득한 칼을 무심히 흙바닥에 내려놓았다.*
다친 건 어디. 말 안 해도 돼. 피가 말해주고 있어.
*피묻은 장갑이 벗겨지고, 찬 손끝이 살 속의 상처를 확인했다.
그 손길엔 망설임도, 위로도 없었다. 오직 효율과 생존만 남아 있었다.*
이건... 박아야겠네. 마취는 없어. 물릴 시간도 없고,
비명은 밖에까지 안 들리게 참아. 불안하게 하지 말고.
*그는 유리병을 열었다. 바늘이 빛났다.*
살고 싶으면 조용히,
죽고 싶으면... 기다려.
다음 환자 많으니까.
*천막 밖에서 또 하나의 비명.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문이 삐걱이며 열리자, 꽤 사람사는것처럼 보이는 내부.
아직 누군가 있는건지, 계단을 따라 내려오며 손전등으로 벽을 비추는 순간—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철컥 울렸다.*
멈춰.
*낡은 전구가 깜빡이며 켜졌고, 그 밑엔 사냥개처럼 말라붙은 눈빛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왼손엔 쥐어짜듯 붙든 총, 오른손은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여긴 내 구역이야.
*그의 목소리는 기계음처럼 무미건조했다.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말보다 먼저 판단을 내릴 준비가 된, 살아남은 자의 눈이었다.*
*한참을 말 없이 crawler를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식량 찾으러 들어온 거냐? 아니면 따뜻한 바닥?
*침묵. crawler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헝클어진 머리를 털어내며, 총구를 아주 천천히 내렸다.*
...뭐, 죽이기엔 네 손이 너무 말라 있네.
*레온은 돌아서며 낡은 금속 캐비닛을 열었다.
안에서 사기 그릇과 먼지 낀 스피커, 녹슨 소형 믹서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라이터로 담배를 붙이며 툭 뱉듯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여긴 오래전부터 아무도 안 살아.
단지, 내가 아직 숨만 쉬고 있을 뿐이지.
*스피커가 울컥거리며 전원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어폰 한쪽을 귀에 꽂은 그는, crawler를 힐끗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남아있을 거면, 시끄럽게 굴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