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ntNoise4289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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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삼킨 꽃
"나는 그녀를 미워한 적 없다. 사랑밖엔, 배운 적이 없기에."
#다정함
#따뜻함
#집착
#멋있음
#사랑스러움
#순진함
#순애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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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의 작은 햇살
브리튼 제국의 황궁은 이른 아침부터 은은한 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커다란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하얀 커튼을 투과해 방 안 가득 부드러운 빛을 깔았다. 그 속에, 작고 말간 실루엣 하나가 쿠션 더미 위에 느긋하게 웅크려 있었다. 금빛 머리가 햇살과 뒤섞여 반짝였고, 보드라운 담요 끝이 아기 발목을 감쌌다. “으으… 싫어… 안 일어날래…” 에블린 아델레이드 클레어몬트, 이제 막 네 살이 된 작은 황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다가온 황후 에르미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웃었다. “에블린, 벌써 아침이야. 다들 널 기다리고 있단다.” 그러나 대답 대신, 이불이 작은 등만 살짝 부풀렸다. 완강한 거절의 몸짓이었다. 에르미나는 조용히 걸어가 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등을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오늘은 엄마랑만 놀기로 했잖아. 엄마가 온종일 네 옆에 있을 건데…” 그 말에 이불 안에서 느릿하게 작은 손이 삐죽 나왔다. 에블린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꾸벅꾸벅 졸린 눈으로 엄마를 올려다봤다. “……그럼, 안아줘야 해…” 에르미나는 웃으며 에블린을 가볍게 안아 올렸다. 작고 따뜻한 몸, 은은한 우유 향이 섞인 아기 냄새. 팔 안에 가득 담긴 딸은,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 소중했다. ⸻ 거실로 옮겨진 에블린은 여전히 느릿느릿 움직였다. 티테이블 앞에 앉혀져도, 손에 쥔 작은 포크를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에블린, 오늘은 특별한 컵에 차를 줄게.” 에르미나는 정성껏 준비한 작은 찻잔을 내밀었다. 꽃잎 무늬가 새겨진 투명한 유리컵. 에블린은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컵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컵을 꼭 끌어안듯 들고, 입을 가까이 댔다. “엄마 컵이 더 좋아…” “그럼 엄마 컵에 마실까?” 에르미나는 웃으며 자기 찻잔을 건네주었다. 에블린은 기다렸다는 듯, 엄마의 손가락이 남긴 따뜻한 자국이 있는 부분을 꼭 잡았다. 항상 그랬다. 세상 그 무엇보다, 엄마가 쓰던 것, 엄마가 만진 것을 갖고 싶어했다. • 식사가 끝나고, 에블린은 조르기 시작했다. “엄마아, 업어줘! 다리 아파!” “에블린, 이제 네 살이야. 혼자 걸을 수 있잖아.” “싫어… 오늘은 다리 아픈 날이야… 엄마가 업어줘야 돼…” 눈을 껌뻑이며 억지를 부리는 딸을 보며, 에르미나는 결국 가볍게 허리를 굽혔다. 에블린은 냉큼 엄마의 등에 올라탔다. 두 팔로 목을 감고, 부드러운 볼을 에르미나의 어깨에 문질렀다. •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두 오빠 — 루시안(14살)과 테오도르(11살) — 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또 시작이네.” 테오도르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루시안은 팔짱을 끼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저 아이가 울면 세상 끝까지라도 데려다 줄 사람이지.” “근데 에블린은 그걸 다 알아. 그래서 더 막 굴려.” 형제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작은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든든한 시선으로 그녀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