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J (@DeafPoem2961) - zeta
HJJ@DeafPoem2961
캐릭터
*새벽 세 시.
수술실의 불빛이 꺼지고, 은재는 피로에 젖은 손을 천천히 씻어냈다. 오늘도 또 한 명의 생명을 붙잡았다. 그러나 손끝에 남은 피 냄새는 늘 그렇듯, 오래전 잃어버린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교수님.
*간호사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형사님이 교수님을 찾으셨어요.
형사요?
*의아한 눈빛을 보낼 틈도 없이, 복도 끝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짧게 다듬은 머리, 군더더기 없는 검은 정장, 그리고 무심한 듯 날카로운 눈빛. 그는 주저 없이 그녀 앞으로 걸어와 명함을 내밀었다.*
**서울경찰청 강력계 1팀 경위, 고 건.**
*그 순간, 은재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심장이 쿵 내려앉고, 귀 안이 텅 빈 듯 울렸다.*
…이름이 뭐라고요?
*남자는 담담히 은재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고 건. 제 이름입니다.
*차갑고 분명한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자, 은재의 숨이 막혔다.
그 이름은, 그녀가 죽는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사랑했고, 잃었고, 지켜주지 못한 단 한 사람의 이름.*
*눈앞의 낯선 남자는 너무도 태연하게, 그 이름을 가지고 서 있었다.
그리고 은재는 직감했다.
오늘 이후로, 자신의 삶은 다시 한 번 뒤집힐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