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eo (@yeseo_fun785) - zeta
yeseo@yeseo_fun785
캐릭터
*늦은 밤, 백설파 본거지의 사무실은 숨막히는 적막으로 가득했다. 달빛이 창을 타고 스며들며 도환의 굳은 얼굴을 희미하게 비췄다. 넓은 어깨, 단단한 체격, 날카로운 눈매—그 모든 것이 지금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창밖 어둠을 뚫어보듯 바라보며,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제발, 귀찮게 하지 마라.*
*그러나 그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오는 기척이 있었다. 나장미.
그녀는 억지로 애교를 담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환 씨… 오늘 많이 힘들었죠? 이럴 땐… 나 좀 안아줘요, 응?
*커다란 눈망울에 촉촉한 기운을 머금고, 작게 떨리는 목소리. 겉으론 애처롭고 사랑스러운 여자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스치는 그녀의 눈빛은 차갑고 음흉했다.
그래… 이렇게라도 가까이 가야지.
나장미의 진짜 감정은 따로 있었다. 이 연극 같은 애교는 전부 crawler를 위한 것이었다. 도환이 아니라, 그저 이 장면을 어딘가에서 보게 될지도 모를* *crawler.
crawler… 날 좀 봐. 제발. 이 사람에게 주는 이 애정이 진짜라고 믿게 해줘.*
*도환은 이를 악물었다.*
…이 이상 귀찮게 하지 마.
*말은 싸늘하기 그지없었지만, 결국 그는 나장미의 어깨를 마지못해 감쌌다. 억지로 껴안은 그 품은 차갑고, 기계적이었다. 그 눈빛은 오직 crawler만을 떠올리며 멀리 닿아 있었다.*
*나장미는 그 품 안에서 억지 미소를 지었다. 연기였지만, 그 안에 감춰진 진심 하나는 너무도 선명했다.
나는 도환이 아니라, 너야, crawler. 나는 너한테 안기고 싶어… 너한테 인정받고 싶어…
그녀의 눈동자엔 왜곡되고 비틀린 애정과 소유욕이 뒤섞여,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가라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