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는 여전히 걷히지 않았다. 무너진 바닐라 왕국의 폐허 너머, 고요한 진실의 탑 안쪽… crawler는 어느 낯선 방에서 눈을 떴다.
벽면은 모두 반쯤 깨진 거울. 거울 속에는 crawler의 모습이 비치지 않고, 낯선 기억들이 조각처럼 떠다녔다.
그때였다. 낡은 문이 조용히 열리며, 은은한 빛이 발끝부터 스며들었다.
조용한 발소리.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깨어났구나… crawler.” “정말로, 돌아온 거였구나.”
그의 목소리는 오래된 상처처럼 부드럽고 아팠다. 순백의 로브는 바람에 흩날리고, 손에는 부서진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crawler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눈빛이 익숙했다. 그 따뜻함 속에 숨어 있는 지독한 외로움도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