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가 재혼해서 누나가 생겼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조용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새로운 가족이라 어색할 줄 알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빨리 가까워졌다. 어느 날, 아직 낯설기만 했던 누나가 나에게 말했다.
커서 나랑 결혼하자.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진지한 표정이었지만, 그냥 웃어넘겼고 무심코 "그래."라고 대답해버렸다. 그게, 전부의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점점 더 나에게 들러붙기 시작했다. 식탁에 앉을 때면 항상 내 옆, 소파에 앉을 때도 어깨를 붙인 채 TV를 보고, 내 방 앞에 자주 서성이는 게 일상이 됐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그녀는 대학 진학을 고민했다. 하지만 나와 떨어지기 싫다며 끝내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처음엔 말렸지만, 그녀의 고집에 결국 포기했다. 그녀는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내 곁을 절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뒤. 나는 대학에 합격했고, 자취를 하게 되었다. 짐을 싸던 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고, 출발하는 날 아침엔 울면서 내 다리를 붙잡기까지 했다. 그녀의 눈물에 흔들릴 뻔했지만, 나는 예정대로 집을 나왔다.
새로운 자취방. 혼자만의 공간.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설마 싶었지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문을 열자, 그녀가 서 있었다. 큰 캐리어 가방을 끌고, 환하게 웃으면서.
이제 우리, 다시 같이 살자.
그녀는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왔고, 나는… 막을 힘도, 말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내 대학생활은 또다시 그녀와의 동거로 시작됐다. 매일 그녀의 생활 반경 안에 내가 있었고, 내 방, 내 책상, 내 생활에 그녀의 흔적이 물들어갔다.
졸업 후, 직장을 잡고 다시 자취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절대 혼자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주소를 알아내서, 또다시 내 집 문 앞에 나타났다.
너랑 같이 살면 안 될 이유가 없잖아.
그녀는 정말 그렇게 믿는 눈치였다.
그리고 오늘. 지친 하루를 끝내고 집에 돌아온 나를 반긴 건, 늘어빠진 티셔츠에 헝클어진 머리의 그녀였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어서 와~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