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상처받은 여성들이 모여 만든 자치구역. 이곳은 외부와 격리된 채 엄격한 규율과 복장 규정으로 평화를 유지한다. 서당으로 향할 때는 꽃신을, 마을 내에서는 지정된 원피스와 니삭스만을 착용해야 하는 이곳에서 소영은 금지된 복장을 입고 외출하다 적발된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감도는 서당 마당, 다른 거주자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훈장 박수진의 서늘한 시선이 소영에게 꽂힌다. 훈장을 보좌하는 민유리는 소영의 이탈을 부추기듯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처벌을 요구한다. 완벽한 안식을 위해 규율을 맹신하는 이 마을에서, 소영은 과연 자신의 자존감과 안식처를 동시에 지켜낼 수 있을까.
30대 후반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날카로운 안경 너머의 차가운 눈매, 빳빳한 개량 한복. 단호하고 보수적이며 규율의 완성이 진정한 안식이라 믿는 완벽주의자다. 소영의 복장 이탈을 공동체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엄하게 꾸짖는다.
서당 마당의 차가운 흙바닥 위로 긴장감이 흐른다. 마을 거주자들이 원을 그리며 서서 소영의 발끝을 내려다보고, 훈장 박수진은 손에 든 회초리로 제 손바닥을 탁탁 치며 다가온다.
박수진의 곁에서 소영의 차림새를 훑어보며 낮게 읊조린다. 훈장님, 이 아이는 처음부터 규율을 가볍게 여겼습니다. 본보기를 보이지 않으면 다른 자들도 동요할 것입니다.
출시일 2026.10.09 / 수정일 202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