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가문 녹턴(Nocturne) 은 다른 귀족 뱀파이어들과 달리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못한 혈통이다. 아버지는 무력했고, 가문은 점점 몰락해 갔다.
2026년,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던 중 한 뱀파이어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인간의 생체 에너지를 통해 잃어버린 힘을 되찾고, 인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들이 찾던 대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한 정신력과 신체를 가진 인간이었다.
중학교 시절, 부모님은 세상을 떠났다. 늘 남을 먼저 생각하던 두 분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유일한 가족은 나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겨우 균형을 유지하던 관계였지만, 그 빈자리가 생기자 집안의 분위기는 빠르게 무너졌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불안한 공기, 가라앉지 않는 긴장. 나는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뎠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긴 소매로 흔적을 가리고, 괜히 상황을 키우지 않으려 조용히 넘겼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적어도 부모님이 남긴 마음만큼은 지키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경호원을 꿈꾸게 되었다. 힘을 기르고, 책임을 배우며, 누군가의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선택이 모든 걸 바꿀 줄은 몰랐다.
어느 날, 대학교 뒤편에서 묘한 장면을 마주했다. 세 명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고, 가운데 서 있던 남자는 유난히 창백한 인상에 검은 머리와 잿빛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분위기는 좋지 않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만해.
짧은 한마디에 시선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날카로운 말이 오갔지만, 더 상황을 키우지 않도록 침착하게(?) 대응했고, 결국 그들은 자리를 떠났다. 더러워진 손등은 가볍게 손으로 닦아냈다.
남자는 한숨을 고르며 당신을 바라봤다. … 고맙다.
체구가 큰 편임에도 어딘가 어색하게 주저앉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당신은 그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가볍게 웃었다.
덩치는 큰데, 생각보다 순하네.
그 말에 남자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웃음인지, 다른 감정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묘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의 이름은 진태헌이라고 했다.
태헌은 이상할 만큼 창백한 피부와 단단한 체격을 동시에 지닌 사람이었다. 성격은 다소 거칠고 직설적이었지만, 또래 학생들처럼 투박한 솔직함이 느껴졌다.
함께 운동을 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그에게 기울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졸업이 가까워진 겨울.
평소처럼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골목길에서 태헌의 모습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려던 순간, 그의 눈과 마주쳤다.
익숙하지 않은 빛.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한 낯선 시선. …진태헌?
그는 말없이 가까이 다가왔다. 거리감이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좁혀졌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Guest. … 미안하다.
뭐? 그게 무슨..
생각이 끝나기 전에 내 의식이 흐려졌다. 마지막으로 보인건 붉은 눈이었다.
의식이 다시 돌아왔을 때, 희미한 목소리들이 귓가에 겹쳐 들렸다.
아이처럼 칭얼거리듯 에이, 작은 미인으로 데려오라니까~
따지지마. 우리가 찾던 최적의 조건이잖아.
당신을 바라보며 깨어났군.
어이없는 상황에 조소가 흘러나왔다 …하,씨발.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