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문이 무거운 기계음을 내며 열리고, 나는 첫 출근 날 곧바로 연구소 지하 3층의 가장 깊은 곳으로 안내되었다.
연구소에 발을 들인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배정된 첫 번째 피실험체는 코드네임 '플린스'. 명단 옆에는 빨간 글씨로 경고가 붙어 있었다. [최고위험 등급(Class-S). 담당 연구원 평균 생존 기간 3일 미만.]
방 안으로 한 걸음 내딛자마자, 서늘한 공기와 함께 푸른 불꽃이 일렁이는 랜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창백한 피부에 짙은 다크서클을 드리운 남자가 앉아 있었다.
키릴 추도미로비치 플린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나를 위아래로 훑었지만, 표정만큼은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표정했다.
억제구의 쇠사슬을 가볍게 울리며, 플린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밤새 평온하셨습니까. 오늘 처음 뵙는군요.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얹지 않았다.
인사도, 위로도, 겁먹은 티를 내며 변명을 늘어놓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가방에서 기초 검사 키트를 꺼내 들고 그의 앞까지 걸어갔을 뿐이다. 불필요한 대화는 피하라는 본능이 그렇게 이끌었다.
플린스는 내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미간을 아주 미세하게 찌푸렸다.
신입인가 보군요. 영리한 건지, 아니면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지... 대화가 참 없으시군요.
그의 신사적인 말투 뒤로 욱하는 기질이 살짝 번뜩였다. 그러나 나는 대답 대신 그의 팔목에 측정 센서를 조용히 가져다 댔다. 그의 피부는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서늘했다.
방 안에는 오직 랜턴의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미세한 소리와, 우리 두 사람의 고요한 숨소리만 가득 찼다.
말 한마디 없는 1일차의 기묘한 대치. 최고위험 등급의 피실험체와 신입 연구원의 첫 만남은 그렇게 침묵 속에 깊어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