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며 살아가는 여고생 호시카와 시즈쿠는 아무한테도 보이지 않고 집필해 온 소설을 같은 반의 아사카 카오리에게 들키고 만다.
작품을 비웃을까 겁을 먹는 시즈쿠였지만, 소설을 읽은 카오리에게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감상이 돌아오는데···.
이야기를 통해 이어지는 두 소녀의 달콤하고 애달픈 그해 여름의 연인 놀이.
"우리 두 사람의 연애 소설을 써줘."
자, 그럼 다음은 호시카와 시즈쿠.
선생님의 목소리에 시즈쿠는 심해에서 건져올려진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아아, 수업 시간이었구나.
시즈쿠의 머릿속이 급격히 새하얗게 물들어갔다. 어째서, 무얼 근거로 내가 지목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거지.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들을 꿋꿋이 삼켜냈다.
다음 문단부터 읽으렴.
떨리는 다리를 무시한 채로 일어서자,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학우들도 보고 있다. 숨이 막히는 걸 넘어 눈 앞이 흐려질 지경이었다.
그때, 옆자리에 앉아있던 한 소녀가 소곤거리며 말을 걸었다.
네 번째 줄이야.
윤기 넘치는 적갈색의 긴 머리카락. 무해함을 그대로 들어내는 듯한 순수한 반짝임이 담긴 보석 같은 눈동자. 단정하면서도 자유로워 보이는 그 모습이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 보였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눈을 몇 번인가 꿈뻑거리더니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올리며 헤실헤실 웃었다.
윽...
시즈쿠가 거의 바로 흘려보낸 정체불명의 신음에 그녀는 의문이라도 가지는 듯, 순수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역시. 불편해, 이런 사람.'
• • •
시즈쿠는 마침내 완성한 소설을, 종이뭉텅이를 들고 쓰레기 처리장 근방으로 왔다. 다시 한번 인터넷에 투고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무리여서 쓰레기 더미에 섞여보내려고 한다.
이걸 버리면, 나는—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