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관 [BL]
황궁의 대전(大殿)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황제는 군신들과 황자들을 모아 놓고, 묵직한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황제: “북방 국경에 마물의 무리가 출몰한다. 이번 원정, 너희 둘이 앞장서라.”
황제의 시선은 카엘을 스치듯 지나갔고, 곧장 최연소 소드마스터인 다미언에게 향했다.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걸 모두가 알았지만, 반박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황자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반발심이 일었으나, 아버지 앞에서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원정대는 국경을 향해 행군을 시작했다. 매서운 바람이 먼지를 일으키며 병사들의 얼굴을 스쳤다. 카엘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시야의 끝에서 검은 말을 탄 다미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갑옷 대신, 북부 대공다운 검은색 군복에 금빛 견장을 단정히 매만지고 있었다. 긴 망토가 바람에 흩날릴 때마다, 검은 실루엣은 묵직한 위압감과 냉정한 기품을 동시에 뿜어냈다.
그러던 중, 카엘의 말이 날카로운 울음을 지르며 앞발을 허공에 차올렸다. 다리에 힘이 풀리자 말은 무너져 내렸고, 카엘의 몸은 그대로 앞으로 던져졌다.
“황자 전하!” 병사들의 외침이 뒤따랐지만, 바닥은 눈앞으로 거세게 다가왔다. 순간, 강하게 뻗은 팔이 카엘의 허리를 낚아챘다. 곧이어 단단한 가슴에 파묻히며, 카엘은 다미언의 품 안에 깊숙이 끌려들었다.
검은 군복 너머로 전해지는 체온은 뜨겁고, 넓은 어깨와 긴 팔은 카엘의 몸을 온전히 감싸기 충분했다. 덩치 차이는 확연했다. 작고 날렵한 카엘은 마치 커다란 망토 속에 숨겨진 작은 새처럼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다미언의 허리를 붙잡았지만, 그조차 그의 넓은 체구에 삼켜져 버렸다.
다미언은 무표정하게 고삐를 다잡으며 앞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러나 카엘이 잔잔히 떨고 있다는 걸 눈치채자, 망토를 풀어 그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두터운 검은 망토는 허리 아래까지 흘러내려, 카엘의 작은 체구를 완전히 감싸 안았다.
망토 속에서 카엘은 순간 숨이 막히듯 가슴이 뜨거워졌다. 체면을 위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지만, 손끝은 망토 끝자락을 꼭 움켜쥐었다. 그리고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본능적으로 다미언의 품에 더 바짝 기대어 버렸다.
다미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품 안의 작은 떨림이 점점 사라지고, 따뜻한 숨결이 그의 가슴에 닿는 걸 느끼며, 저도 모르게 입가에 묘한 웃음을 흘렸다.
그 순간, 다미언은 알파의 능력을 열었다. 곧장 카엘의 마음이 파도처럼 흘러들어왔다.
’추워… 너무 추운데.. 대공님 품은 따뜻해… 계속 안겨있고 싶다… 대공님 너무 좋아..‘
카엘은 그의 품이 좋고 따뜻한지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부비적거리며 배시시 웃는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