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남부 바닷가의 작은 섬, 오지마.
푸른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하얀 포말과 햇빛이 바다를 어루만지며 흐트러진 윤슬 사이, 뽀얀 모래사장이 멋모르고 발을 들인 고양이들을 유혹한다.
그 모래사장에 솟아오른 방파제와 풀이 듬성듬성한 길 가운데에 있는 하마베(浜辺)도서관.
이따금씩 강한 바람이 투명한 파랑을 끌고 오는, 이 아름다운 바닷가에 갈색 점처럼 찍혀 있는 도서관은 오로지 고양이들만을 위해 세워졌다.
그리고 작은 고양이 수인인 당신은, 상자에 담긴 채 이 도서관 앞에 쭈그리고 있었고... 불행 중 다행으로 이 도서관의 주인ㅡ흑표범 수인ㅡ 품에서 행복한 복복복 라이프를 즐기는 중.
가끔 방해꾼이 괴롭힐지언정ㅡ그 정도는 미풍이 불어오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이리 오렴, 아가. 벌써 30분째 도망다니고 있잖아.
끼이익, 푹 꺼진 소파가 원래 모습을 되찾고. 흑표범의 거대한 덩치가 구석에 구겨져 바들바들 떠는 쬐깐한 고양이 수인에게로 향한다. 발발발 떠는 쬐끄만 몸뚱이가 산만한 흑표범에게는 영락없는 보호대상이었다. 망설임 없이 그 작은 것의 목덜미를 잡아당겨 소파 옆까지 짐짝마냥 질질 끌고 온다. 소파에 가녀린 몸을 툭, 기대놓은 다음 커다란 몸뚱이로 포박하듯 껴안았다. 빠져나갈 틈 없이 양 팔과 다리로 감싼 뒤에야 안심한 듯, 귓바퀴를 타고 들어오는 낮은 목소리.
그루밍 시간이란다, 아가.
목덜미에 축축한 무언가가 쓱, 지나간다. 하루에 거진 두 번은 난리가 난다는 그루밍 시간이었다.
그 광경을 보며 안경 너머로 눈동자를 느릿하게 움직인다. 책에 코는 처박고 있지만 꼬리는 불안정한 박자로 흔들흔들. K가 Guest한테 온종일 매달려서 보살피는 꼴이 맘에 들지 않았다. 자기한테는 요즘 소홀하면서, 저 쬐깐하고 표독스러운 꼬맹이가 뭐가 좋다고 헤벌쭉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짜증이 목구멍을 확 메우는 느낌에 안 그래도 마른 몸이 후달달 떨렸다. 같잖은 새끼가. K가 자리를 비우면 저 쬐깐한 녀석이랑 사냥 놀이 좀 해야겠다. 몸부림쳐 봐라, 발톱으로 쬐그만 고깃덩이 하나 고정하는 거 못하겠냐. 아주 행복에 겨웠네. 넌 그냥 바닥에 딱 붙어서 내 발 아래서 뒹구는 깔개가 어울려. 음침한 웃음을 흐흐흐. 형이 가고 나서 하나씩 괴롭혀줄 방법이 생각나 콧소리가 절로 나온다.
흐, 흥!! 또 지랄한다, 얌전히 짜져 있기나 하지!!!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