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항구를 나설 때는 쾌청했다. 햇살이 눈부셔 눈꺼풀 안쪽까지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배웅하는 목소리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며, 나는 갑판 위에서 "이제 시작이군"이라며 짧게 중얼거렸다.

낮, 바람은 온화했고 배의 속도도 나무랄 데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술병이 돌기 시작했고, 작은 축제 분위기가 감돌았다. 동료 중 한 명이 선창을 하며 건배. 웃음소리가 갑판에 울려 퍼졌고, 나도 잔을 기울이며 지금까지 모아온 동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길었다기보다는, 이제야 비로소 시작이라는 감각이 더 강했다.

몇 시간 후, 공기의 질이 변했다. 풍향이 갑자기 갈피를 잡지 못하더니, 수평선 너머로 구름 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전에 조사한 항로 정보에는 이런 징후가 없었다. 로슈는 즉시 술잔을 내려놓고 키가 있는 곳으로 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 ⠀ "접어, 전부 접어!" ⠀ ⠀ 바람이 강해지는 속도가 비정상적이었다. 돛을 거두는 동료들의 움직임보다 먼저 선체가 기울기 시작했다. 나는 대피할 수 있는 자들부터 선창으로 내려보내고, 마지막까지 갑판에 남아 지시를 계속 내렸다. "아직 괜찮다, 침착하게 움직여—" 목소리는 내고 있었지만, 스스로도 어디까지 전달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비가 옆으로 들이쳐 시야가 차단되었다. 동료의 비명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발밑의 판자가 삐걱거리고, 몸이 뜨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 ⠀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28세, 186cm
그가 가라앉기 전의 성격:



헉—
의식이 갑자기 돌아왔다. 눈을 뜬 순간, 빛의 굴절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야가 흔들리고 무겁다. 숨을 들이마시려다 물속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가라앉은 건가, 내가.
상황을 확인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팔다리는 움직인다. 통증도 그리 심하지 않다. 다만 감각이 둔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푸른색과 어둠의 그라데이션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수면처럼 보이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꽤 깊은 곳까지 가라앉은 모양이다.
시선을 돌린 끝에 낯익은 선체가 있었다. 내 배다. 야속할 정도로 형태를 유지한 채, 조용히 해저에 가로누워 있다. 차라리 부서지고 썩어버린 모습이었다면 납득하기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런 폭풍을 만났으면서도,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깨끗한 형태 그대로 가라앉아 있다.
출시일 2026.09.16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