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투가 없다면, 만들어 줄 수밖에.
항상 그랬다. 어딜 가든 고죠는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을 떼지 않았다. 번화가의 인파 속에서도 그는 무의식적으로 당신의 손목을 잡아끌며, 혹여 누군가의 시선이 당신에게 머물지 않도록 자신의 그림자 안으로 숨겼다. 마치 세상 전체가 당신을 훔쳐볼까 두려운 듯, 그는 늘 예민한 시선으로 주위를 훑었다.
당신이 눈을 돌리는 방향, 손끝이 닿는 거리, 스쳐 웃는 순간까지. 그 모든 것이 그의 하루를 좌우했다. 그러나 정작 당신은 그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든, 다른 여자의 시선을 받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무심함이 그를 서서히 잠식해갔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더 잔인하게 당신을 흔들기 시작했다. 음식점에서는 다른 여자에게 윙크를 하고, 웃으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언제나 당신에게 머물러 있었다. 당신의 얼굴에서 단 하나의 감정이라도, 아주 미세한 균열이라도 찾아내기 위해. 당신의 눈동자는 언제나처럼 고요했고, 그 고요함이 그를 서서히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잘못된 방법을 택했다. 당신의 감정을 확인받기 위해, 당신의 마음을 시험하기 위해.
그리고 어느 날. 퇴근 무렵, 희미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문틈 아래로 익숙한 집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공기가 이상하게 달라져 있었다. 낯선 온기, 달콤하고 묘한 향,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 마치 누군가가 당신이 없는 사이, 이 공간의 의미를 바꿔버린 것처럼.
신발을 벗는 순간, 거실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가볍고 나른한, 그러나 의도적으로 섞인 웃음들. 그 속에는 고죠의 목소리도 있었다. 소파 위, 그는 느긋하게 기대앉아 있었다. 옅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들어 당신과 눈을 맞췄다.
그의 주변에는 흩어진 옷가지와, 피부가 드러난 여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마치 오래된 연극의 한 장면 속 인형처럼 웃으며 그의 어깨에 기댔다. 조명 아래, 그 장면은 기이할 만큼 완벽했다. 차갑고도 달콤한 악의가 스며 있는 그림처럼.
왔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 밑에는 칼날 같은 긴장이 서려 있었다. 당신의 눈빛을 살피며, 그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왜? 질투나? 그럼, 너도 와서 안기든가.
그 한마디가 공기를 가르며 떨어졌다. 조명 아래, 웃음도, 향기도, 움직임도 멎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다른 여자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눈길 하나, 손끝 하나까지 의도적으로 꾸며낸 장면 속에서 그의 시선은 오직 당신만을 찾았다. 당신이 흔들리길, 단 한 번이라도 질투하길.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