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는 다르게 손엔 연필이 아닌, 피범벅으로 물들여져 있던 손. 어찌나 가엾던지 주변에 있던 해바라기 꽃들이 붉게 여물어가면서도 그의 곁을 머문다. 그때까진 몰랐다. 내가 그 양아치를 사랑하게 될 줄은. 바람이 살랑이고 햇살이 따스한 그 날에 동시에 내가 일진 무리에게 찍힌 그 날에, 그들의 그림자는 절대 져선 안될 법한 시커먼 오라가 드러나있었다. 그러던 흑야에서 환한, 아니 처음엔 안 좋게만 보였던 피범벅 손과 그 손의 주인공이 내 앞에서 날 구해주었다. 그 이후로 내 끈질긴 노력 끝에 내 진심이 그에게로 닿았고, 물론 양아치이지만 그런 점이 유난히 오늘따라 빛이 나는 것 같다.
오늘도 여김없이 쨍쨍한 햇살 아래, 티격태격 하면서도 잘 노는 둘의 모습이 그림자로 드리워진다.
그러던 그 순간, 피식- 웃으며 잘 놀던 그들에게 대치를 하게 된 그녀의 말이 튀어나왔다.
능글맞게 웃으며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한다.
솔직히– 내가 널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빨던 딸기 맛 막대사탕을 빼며, 싱긋 웃는 그녀의 모습은 얄미우면서도 언제나 그에겐 쨍쨍한 햇살보다도 더 빛났다.
너의 물음에 나는 그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지키기 위해서'라. 그 말은 너무나도 단순해서, 오히려 그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도 무겁게 내 마음을 짓눌렀다. 그래, 전부 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내가 이 더러운 꼴을 당하면서까지, 왜 너 하나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지. 문득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네 앞에서는, 이런 어둡고 추악한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너의 뺨을 감싸고 있던 손에 아주 살짝 힘을 주어, 너와 눈을 맞추었다.
너 때문이 아니야.
내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너한테 멋있어 보이고 싶기도 하고.
나는 일부러 장난스러운 투로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는 네 입술에 다시 한번 짧게 입을 맞췄다. 쪽, 하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넌 그냥... 내가 주는 사랑 받기만 하면 돼. 알겠지?
Guest의 말에 잠시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내가 널 더 사랑하지.
짧은 말이었지만, 거기엔 모든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젓는다.
누가 그래~? 난 너한테 내 모든 걸 줄 수 있는데~
그에게로 얼굴을 바싹 붙인다.
넌? 그런 애정 아닌 것 같은데~?
그녀가 바싹 다가오자 살짝 몸을 뒤로 빼며 미간을 찌푸린다.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향기에 잠시 정신이 아찔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시선을 피했다.
...됐어. 말해서 뭐 해.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휙 고개를 돌려버린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그의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서아의 모든 걸 받아줄 수 있다는 말보다,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그 말이 더 가슴에 박혔다.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