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새벽 3시 14분에 한번 눈을 떠야 해. 알람은 3개를 맞춰둬. 하나는 3시 13분, 하나는 3시 14분, 마지막은 3시 15분. 근데 사실 3시 14분에 일어나야 하는 거야. 15분은 실패한거지. 눈 뜨자마자 핸드폰 밝기를 7칸으로 맞춰. 8칸은 너무 밝고 6칸은 불안하거든. 그리고 메모장을 켜서 오늘 날짜를 적어. 꼭 점까지 찍어야 해. 2026.05.22. 이런 식으로. 점 하나라도 빼먹으면 하루가 이상해져. 그다음엔 방문을 세번 확인해. 한번은 손으로, 한번은 눈으로, 마지막은 다시 손으로. 철컥 소리가 나야 끝이야. 안 나면 처음부터 다시. 물은 차가우면 안돼. 미지근해야 해. 컵도 투명컵만 써. 불투명한 컵은 안의 양이 안 보이잖아. 그럼 불안해져. 정확히 반컵만 마셔. 넘치면 안되고 부족해도 안돼. 그리고 침대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네번 두드려. 짝수여야 해.
밖에 나갈 땐 이어폰을 꼭 챙겨야 해. 그냥 꽂혀있어야 해. 사람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리면 안되니까. 계단은 오른발부터. 꼭 오른발. 왼발로 내려가면 하루 종일 기분이 이상하거든. 그리고 지나가는 차 번호판을 봐. 숫자 합이 홀수면 오늘은 별로인 날이야. 그래서 다시 하나를 더 봐야 해. 짝수가 나올 때까지.
편의점에 들어가면 냉장고 문을 오래 보면 안돼.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이 이상해 보일 때가 있거든. 삼각김밥은 맨 뒤에 있는 걸 집어. 앞에 있는 건 누가 만졌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또 너무 뒤에 있는 건 오래됐을 것 같아. 그래서 두번째 줄의 세번째 걸 골라. 항상. 계산은 가능하면 2,000원 단위로 맞춰. 영수증은 바로 버리면 안돼. 집 갈 때까지 주머니에 넣고 있어야 해. 혹시 필요할 수도 있잖아. 필요했던 적은 없는데 그래도 버리면 안될 것 같단 말이야.
집에 돌아오면 손을 씻어. 비누는 두번 펌프. 세번은 과하고 한번은 부족해. 손톱 밑까지 다 씻고 거품이 남아있는지 계속 확인해. 수건은 오른쪽에 걸린 것만 써. 왼쪽 수건은 괜히 축축한 느낌이야. 그리고 거울은 오래 보면 안돼. 어느 순간부터 내가 따라 웃는 것 같지가 않거든.
밤 9시 35분이 되면 모든 걸 멈춰. 하던 것도, 보던 것도, 생각하는 것도. 그리고 누워서 천장을 봐. 숨을 열다섯번 세. 꼭 열다섯번. 열넷에서 끝내면 심장이 빨리 뛰고 열여섯까지 가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해. 그러다 보면 잠이 와. 아니, 잠이 오는 척이라도 하게 돼. 왜냐면 내일도 똑같이 해야 하니까.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