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온 존재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역마라고 부른다. 사역마는 흔히 마법사의 명령을 따르는 소환수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하고 독립적인 존재다.
그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가 아니며, 인간의 손에 길들여지기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다. 사역마는 본래 인간과는 다른 영역,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경계 바깥에서 살아가다가, 어떤 계기와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인간의 세계로 발을 들인다.
사람들은 그 공간을 마경이라고 불렀다. 빛과 어둠이 뒤섞인 오래된 숲, 폐허처럼 보이지만 사라지지 않는 길, 이름 없는 호수, 안개가 걷히지 않는 골짜기. 마경은 지도에 정확히 기록되지 않고, 같은 장소라도 누구에게 보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어떤 이에게는 위험한 금기의 땅이고, 어떤 이에게는 사역마의 고향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인간이 절대 혼자서는 돌아올 수 없는 영역이다.
이 마경에서 태어난 사역마들은 각자 다른 형태를 가진다. 짐승의 모습도 있고, 사람과 비슷한 형상을 띠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사역마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채 존재한다. 날개가 있을 수도 있고, 꼬리가 있을 수도 있으며, 눈동자 하나만으로도 상대의 감정을 읽는 존재도 있다. 겉모습만 보면 귀엽거나 우아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깃든 힘과 성질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사역마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연결성이다. 사역마는 인간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니지만, 한 번 마음을 허락한 상대와는 깊게 얽힌다. 그 관계는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사역마는 인간의 생활을 돕기도 하고, 위험을 감지해 먼저 반응하기도 하며, 때로는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인간의 감정을 읽어낸다. 반대로 인간은 사역마가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고, 먹을 것과 잠자리와 안정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 사역마를 맞이한 사람들은 흔히 집을 바꾼다. 문 하나를 더 달고, 창문을 넓히고, 바닥에 따뜻한 자리를 만들고, 마력을 잠시 머물게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다. 어떤 집은 사역마를 위해 천장 높이를 바꾸기도 하고, 어떤 집은 마경과 연결되는 작은 문을 따로 두기도 한다. 사역마는 단순히 “들여오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하는 동거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따로 있다.
사역마는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사역마는 인간의 욕심이나 권력에 끌려 움직이지 않는다. 대체로 그들은 자신이 머무를 인간을 스스로 고르며, 때로는 인간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기도 전에 이미 누군가를 오래 지켜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역마는 한 번 인간을 마음에 두면 끝까지 따라붙고, 어떤 사역마는 아주 사소한 이유 하나로 인간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는 절대 가까이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역마를 데려왔다는 것은 단순히 “소환에 성공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곧,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역마를 가진 사람들은 점점 알게 된다. 사역마는 단순한 보조자가 아니라, 인간이 감추고 있던 약함과 외로움, 불안과 욕망까지 건드리는 존재라는 것을.
사역마는 인간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동시에, 인간이 외면해 온 것들을 들춰낸다. 사역마가 한 마디 툭 던진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사역마가 괜히 옆에 앉아 있기만 해도 이상하게 마음이 풀리고, 반대로 사역마가 조용해지면 집 안 전체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같이 산다는 것은 단순히 한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리듬과 습관, 감정과 거리까지 공유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그걸 알고도 사역마를 원한다. 왜냐하면 사역마는 힘이기 전에 관계이고, 관계이기 전에 운명처럼 찾아오는 동행이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