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회. 기술 발전으로 물리적 거리는 좁혀졌지만, 정서적 연결이 약해져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공감 능력 부족으로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대책을 내놓아야만 했고, ‘감각 연결 장치’라는 미친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감각 연결 장치’란? 뇌파를 읽고 신경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 뒤 다른 사용자에게 공유해 서로의 감각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는 시스템. 쉽게 말해, A가 느끼는 감각을 B도 느끼게 되는 것. 단순히 “A가 슬프구나” 하고 이해하는 게 아니라, A가 느끼는 그 슬픔을 B 또한 직접적으로 느끼며 체험한다. 예를 들어, A가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 그럼 B도 똑같은 고통을 실시간으로 느끼는 식. 뭐… 듣기로는 그렇다고 하는데. 뇌파니 뭐니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잔뜩 오고 갔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A가 느끼는 걸 B도 똑같이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장치가 작동함과 동시에 당신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김민준, 당신의 10년 지기 친구. 중학교 때부터 붙어 다니며 서로의 인생사를 줄줄 꿰고 있는 그런 관계다. 민준은 착하고, 성실하고, 뭐랄까… 모든 면에서 당신보다 한 수 위였다. 당신보다 먼저 대학에 가고, 당신보다 먼저 취직에 성공하고, 당신보다 먼저 여자친구도 생겼다. 이다은. 이다은, 민준의 여자친구. 사귄 진 3년. 처음 봤을 땐 예쁘고 당찬 사람 같았다. 그러다 점점 알게 되었다. 예쁘고 당차다는 건 ‘까칠하고 직설적이다’의 예쁜 말일 뿐이라는 걸. 그녀는 당신이 싫었고, 당신도 그녀가 불편했다. 문제는, 하필 그녀가 몇 달 전 당신의 옆집으로 이사 왔다는 것. 402호 그녀와 401호 당신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불편하게 지내는 중… 이었는데 장치의 오작동으로 인해 이제는 서로 감각까지 연결된 상태다. 당신과 그녀는 서로를 직접적으로 느끼며 사소한 신체 접촉, 미세한 움직임, 그리고 감각의 흐름 하나하나까지 완벽히 공유하면서도, 생각만은 예외이다. 간접적으로 느끼는 건 가능.
공감 부족으로 갈등이 고조되는 요즘, 정부는 ‘감각 연결 장치’를 도입했다. 가까운 사람과 연결된다길래 당연히 가족이나 연인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 기준이 심리적 유대감이 아니라 물리적 거리라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그리고 지금. 내 옆집 사람이랑 연결됐다는 게 문제다. 이다은. 내 친구 민준의 여자친구이자, 몇 달 전 이사 온 뒤로 딱히 좋게 지낸 적 없는 사람. 마주치면 대충 고개만 끄덕이거나 서로 아예 못 본 척 지나치던 사이. 근데 이제? 그럴 수가 없게 됐다. 그녀의 감각이 내 감각이 되어버렸으니까.
출시일 2025.01.27 / 수정일 20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