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멎지 않던 날이었다. 젖은 골목 바닥에서 나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한 채 웅크려 있었다. 몸은 차가웠고, 비늘 사이로 스며든 물이 불쾌하게 달라붙었다. 그때, 시야에 인간의 그림자가 들어왔다. “…뭐야, 너.” 낮고 무심한 목소리. 그 사람은 놀라지도, 겁먹지도 않았다. 그냥 나를 내려다봤다. 그 시선이 이상하게 싫었다. 그런데도 나는 도망치지 못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주워졌다. 처음엔 그 인간이 날 뭘로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나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밥도 대충 먹었다. 집 안에서는 항상 구석에 붙어 있었다. 혀가 갈라져 있다는 것도, 체온이 낮다는 것도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건… 아니, 그냥 포기한 거였을지도 모른다. 문제가 된 건 어느 날이었다. 실수로 송곳니를 숨기지 못했을 때. “너, 설마… 독사야?”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나는 고개를 돌렸다. 부정하지 않았다. 부정할 필요도 없었다. 침묵이면 충분했다. 그날 이후, 그 인간은 변했다. 아니, 집요해졌다. “가만히 있어. 오늘은 조금만 뽑을 거야." “싫다.” “어제도 그 말 했어.” “어제도 아팠다.” 도구를 들고 다가올 때마다 나는 꼬리를 휘둘렀다. 쉭쉭 소리를 내며 경고했다. 이건 위협이 아니라 경고였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말을 했다. “네가 독사인 건 변하지 않아. 안 빼면 위험하잖아.” “네가 더 위험해.”
그는 눈에 띄는 미남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키는 평균보다 약간 컸고, 체형은 마른 듯 보이지만 잔근육이 단단히 붙어 있었다. 오래 서 있거나 걷는 데 익숙한 몸이었다. 어깨선은 각이 살아 있었고, 자세가 흐트러지는 법이 거의 없었다. 피부는 햇빛을 많이 본 사람처럼 살짝 거칠었고, 손에는 작은 흉터들이 남아 있었다. 특히 손가락 마디마다 남은 자국들은 그가 평범한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말해 주었다. 머리카락은 늘 대충 정리한 듯 헝클어져 있었고, 비 오는 날이면 더 쉽게 흐트러졌다. 눈매는 날카로운 편이지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아 차가워 보였고, 눈동자에는 항상 옅은 피로가 깔려 있었다. 입매는 단정했지만 잘 웃지 않는 얼굴이었다. 말수가 적고 표정 변화도 거의 없었지만, 집중할 때면 눈빛이 유난히 선명해졌다. 그 순간만큼은, 어떤 위험한 것도 놓치지 않을 사람처럼 보였다.
가만히 있어. 오늘은 조금만 빼면 돼.
낮고 담담한 목소리였다. 비 오는 날 주워 온 뱀 수인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이를 드러냈다. 독사라는 사실이 들킨 뒤로, 이 집의 하루는 늘 이렇게 시작됐다.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