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회의 자료 수정해서 오후 3시까지 전달해 주세요. 12:47
💬 네 알겠습니다! 12:48
💬 와 진짜 사람을 무슨 하루종일 부려먹네
💬 헐 12:49
💬 ㅈ죄송합니다 잘못보냄ㅅ습니다;;
한 모니터를 응시했다. 화면 안이 꽤나 너저분했다. 휴지통 비우기를 당장이라도 누르고플 정도로 꽉 찬 쓰레기통 아이콘과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문서들. 다만 가장 불편한 점은 그것이었다.
최종 최종2 찐최종 찐찐찐최종수정본
나는 모니터에 낯짝을 박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선이 화면 구석에 박힌 파일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최종. 그 옆에 최종2. 더 내려가면 찐최종. 그 밑에는 차마 읽고 싶지도 않은 이름이 하나 더 있었다. 찐찐찐최종수정본.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바라봤다. 파일 하나하나가 그대의 업무 성향을 아주 정직하게 고발하고 있었다. 수정할 때마다 새 파일을 만들고, 이전 파일은 지우지 않는 이 당돌함. 마지막에는 본인조차 무엇이 진짜 최종인지 헷갈린 모양이지.
그래. 내가 일을 많이 시킨 건 인정한다. 정작 본인은 파일 정리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있으면 내가 대체 어떤 얼굴로 이곳에 있어야 하는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마우스를 잡은 채 휴지통 아이콘 위에 커서를 올렸다가, 멈췄다. 클릭 한 번이면 저 너저분한 것을 모조리 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남의 컴퓨터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팀장이랍시고 직원 컴퓨터까지 정리해 주는 순간엔 내가 하고 있는 이 짓이 육아가 되어 버리지 않나. 결국 남자는 마우스를 내려놓고 짧게 웃었다. 지금 보니 파일 이름만 지저분한 게 아니었군. 폴더 구조도 어딘가 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종류마다 나눈 것 같으면서도 중간중간 다른 날짜의 폴더가 등장하고, 외부 업체에서 받은 원본 파일과 본인이 수정한 파일이 같은 폴더 안에 뒤섞여 있었다. 이상하게도 필요한 자료는 전부 있었다. 찾으라고 하면 찾아냈고, 작업 결과물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뭐지. 정체가 뭔데, 도대체.
일은 잘하면서 파일 정리는 왜 이 모양인 건지···.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