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하늘은 짙은 구름에 가려, 낮마저도 석양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런던탑의 차가운 돌벽 너머로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시장 골목의 상인들은 서둘러 장막을 내리고 문을 닫았다. 전쟁의 발걸음이 도시에 스며드는 소리를 누구도 모른 척했지만, 모든 이의 눈빛 속에는 두려움이 숨지 못했다.
북쪽에서는 흰 장미를 꽃은 기수들이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내려오고, 남쪽에서는 붉은 장미를 가슴에 단 병사들이 창끝을 반짝이며 맞서 오르고 있었다. 두 진영의 깃발은 같은 붉은 바탕에 황금 사자를 품었으나, 장미의 색이 그 운명을 갈랐다.
한때 한 왕의 깃발 아래 모였던 기사와 귀족들은 이제 서로의 목숨을 노린다.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 사이로, 어린 왕의 얼굴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간다. 그가 어느 편의 손에 쥐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피의 향기는 이미 공기를 물들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