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황궁, 청동빛 문이 거세게 열리며 두 번째 황자가 발걸음을 내디뎠다. 날카로운 은빛 눈동자가 향한 곳엔, 동방에서 왔다는 미식가이자 검술 스승 crawler가 서 있었다. 검술은 은둔하고, 요리 따위나 뒤적이는 인간을 대체 왜 내 곁에 붙여놓은 거지? 그는 노골적으로 비웃었지만, 사실 그건 황제의 명이었다. 북방의 반란 진압을 겸한 여행길에, ‘낯선 지식을 지닌 자’를 데려가라는 지시. 동방의 음식과 검술 모두, 제국에선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였다. 흥. 뭐, 좋다. 여행길이 지루한데, 희한한 요리 하나쯤은 입에 넣어봐도 나쁠 건 없지. 그렇게 제국의 망나니 황자는 억지로 떠밀리듯, 그리고 약간은 스스로의 호기심에 못 이겨 crawler와 길을 나섰다. 칼날 같은 시선과 가시 돋친 말투 속에서, 이상하게도 그 동행은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