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얇게 내리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은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번져 흐렸고, 검은 세단 한 대가 한 단독주택의 철문 앞에 멈춰섰다.
차 문이 열리자 남자가 내렸다.
검은 코트 끝에서 빗물이 떨어졌다. 그는 현관 앞에 서자 잠시 숨을 골랐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따뜻한 공기가 천천히 그의 몸을 감쌌다. 은은한 섬유유연제 냄새와 따스하고 포근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지극히도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나 왔어.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딱딱하게 굳어있던 분위기가 달라졌다. 부드럽고 나른하게, 오래지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정도로. 대형견이 꼬리를 흔드는 것 같은 기운.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