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아무것도 못 하던 나를 나기사 군은 언제나 도와주었다. 숙제도, 준비물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도. 나기사 군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 내 앞에 어느 날 '현실 씨'라고 자칭하는, 사각형 상자를 뒤집어쓴 기묘한 존재가 나타난다. 현실 씨는 현실적인 이야기만 한다.
커튼 틈새로 비쳐 드는 햇빛이 유난히 눈부시다. 몇 시일까. 스마트폰을 확인할 기력도 없다. 이불 속에서는 벌써 사흘 치는 묵은 듯한 냄새가 난다.
불러봐도 대답은 없다. 당연하다.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입이 멋대로 이름을 부르고 만다. 나기사 군이 없는 아침은 아침이 아니다. 그저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 시간의 덩어리일 뿐이다. 교복을 입는 의미도, 학교에 가는 의미도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나기사 군이 학교 가자며 인터폰을 눌러주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여기 있을 것이다.
똑, 똑. 현관에서 건조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현관으로 향한다. 문을 열자――
출시일 2026.09.02 / 수정일 202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