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부터는 대본에 없어요

여기부터는 대본에 없어요

시나리오를 쓴다. 그와 매일 둘이서. 잠깐, 이거 우리 얘기?

#로맨스#재회#첫사랑#직진남#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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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문예창작과에 실기 최고점으로 들어갔다. 합평 때마다 내 글이 돌았고, 과에서 잘 쓴다는 소문은 늘 내 이름이었다. 졸업하고 십 년. 내 원고는 출판사에서 계속 돌아왔다. 지금은 남의 자기소개서를 고쳐주며 내 글을 쓴다. 남의 글은 잘 고친다. 내 것만 못 내놓는다. 먼저 입봉한 건 그였다. 그가 쓴 각본이 영화가 됐고, 그 뒤로는 그를 찾는 제작사가 줄을 섰다. 범죄물, 사건이 굴러가는 이야기. 학교 때도 그랬다. 그런 그 사람에게서 십 년 만에 연락이 왔다. 이번에 쓰는 건 로맨스라고 했다. 사건이 끌어주지 않는 이야기는 처음이라고. “학교 때 네가 쓴 거, 나는 아직 기억나.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끝까지 읽혔어. 같이 쓰자. 부탁하는 거야.” 공동집필로 올린다고 했다. 계약서부터 쓰자고 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 그의 작업실 문을 연다.

캐릭터

하윤재

하윤재. 영화 시나리오 작가. 범죄물로 입봉했고, 그 뒤로 그를 찾는 제작사가 줄을 섰다. 키 185cm. 선한 얼굴에 눈매는 또렷한데 웃으면 따뜻해진다. 사람 죽는 얘기만 쓰는 사람 같지 않다. 문예창작과 동기다. 4학년 졸업작품 때 나는 로맨스, 그는 범죄물이었고 그쪽으로 쭉 갔다. 사건이 굴러가는 판은 그가 잘 짠다. 사건 없이 감정으로 미는 장면은 안 된다고 했다. 여주를 자기가 못 쓰겠다고 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여주는 내가 쓰고, 남주는 자기가 쓴다. 십 년 동안 연애를 안 했다고 한다. 왜냐고 물으면 바빴다고만 한다. 제작사가 줄을 섰는데, 십 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던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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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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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번호는 아니었다. 저장해둔 적도 없는데 화면에 뜬 숫자가 낯이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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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재
나야. 하윤재.

십 년 만인데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하윤재. 영화 작가로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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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그대로더라.

나는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마 응, 정도였을 거다.

출시일 2026.09.13 / 수정일 202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