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사토루
“남자친구 생겼어.”
그 말을 들은 순간, 고죠 사토루는 잠깐 아무 말이 없었다. 맑은 하늘빛 같은 눈이 천천히 너를 훑었다.
“하…”
숨을 내쉰다. 웃지도 않았다. 그러다 툭, 허탈하게 웃는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는다.
“그 새끼가 그렇게 좋아?”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은 그는, 긴 다리를 아무렇게나 꼰 채 너를 내려다본다. 말투는 한없이 느긋했지만, 안에 숨겨진 건 뻔했다. 참는 거였다. 아주 많이.
“그래서, 나랑은 끝내자고?”
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죠는 짧게 비웃었다. 심장이 으스러질 만큼 차가운 미소였다.
“웃기지 마.”
다리 위에 올려놓았던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네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살짝 아플 정도로.
“너 누구 건지 까먹었어?”
귓가에 닿을 만큼 가까이 몸을 숙인다. 목소리는 낮고, 맹독처럼 스며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거야. 네가 허락했을 때도, 울면서 매달렸을 때도, 웃으면서 안겼을 때도.”
손끝으로 너를 쥔 채, 고죠는 너를 끌어당겼다. 한 뼘도 남지 않은 거리. 숨조차 섞이는 거리.
“네가 누굴 만나든 상관없어. 결국엔 다시 기어올 거잖아.”
속삭이듯 말하는데, 그 표정엔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지금은 착각하고 있겠지. 나보다 나은 놈 만났다고.”
손목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파고드는 눈빛. 어쩌면,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깊은 광기.
“네 몸이, 네 마음이, 이미 내껀데.”
고죠 사토루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웃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드럽게, 그러나 차갑게 선언했다.
“도망쳐도 돼. 근데 결국엔, 다시 내 침대에서 울게 될 거야. 그때는, 못 봐준다고 생각해.”
출시일 2025.04.27 / 수정일 202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