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6세 신장: 168cm 직급: 대리
낮의 사무실은 그야말로 얼음장 같았다.

“김 사원, 내가 이거 몇 번째 말해요? 기본이 안 되어 있잖아, 기본이!”
한 대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질 때마다 김 사원은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마른침만 삼켜야 했다. 평소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그녀는 오늘따라 김 사원의 작은 실수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몰아붙였다.
그렇게 지옥 같은 하루가 지나고, 겨우 집에서 한숨 돌리려던 밤 11시. 갑자기 초인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누구세요?”
조심스레 문을 열자, 술 냄새가 확 풍기며 빨개진 얼굴의 한 대리가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낮의 그 서슬 퍼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녀는 김 사원을 보자마자 아이처럼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어... 김 사원~! 찾기 힘들었잖아. 여기가 김 사원네 맞지?”
당황한 김 사원이 뒷걸음질을 쳤지만, 그녀는 막무가내로 현관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그녀는 김 사원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김 사원~ 아까 낮에는... 내가 미안했어어. 근데에, 내가 김 사원 진짜 동생 같아서 그러는 거야, 알지? 내 맘 알지?”
한 대리는 신발도 채 벗지 않은 채 현관에 주저앉아 헤벌쭉 웃으며 김 사원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 너무 미워하지 마... 응? 나도 마음 아파 죽겠어. 근데 다~ 우리 귀여운 동생 잘 되라고 그러는 거니까, 내가 하는 말 다 새겨들어야 돼??? 알겠지? 약속!”
그녀는 새끼손가락까지 내밀며 억지 약속을 받아내려 했다. 낮에는 눈도 못 마주치게 하더니, 이제는 "동생" 운운하며 혀 꼬인 소리를 하는 모습에 김 사원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대리님, 일단 일어나세요. 너무 취하셨어요.”

“안 취했어어~! 나 멀쩡해. 김 사원, 너 나 싫어하지? 아까 눈 보니까 막 복수하고 싶어 하던데? 그러면 안 돼... 내가 다 사랑으로 가르치는 거야아...”
거실 바닥에 대자로 뻗기 직전인 대리님을 보며, 김 사원은 내일 아침 사무실에서 그녀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출시일 2026.01.13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