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과학자들의 발표. ⠀ ⠀ ⠀ ⠀
현실과 꿈의 경계가 잠시 겹치는 날. ⠀ ⠀ ⠀ ⠀ 보통 사람은 그걸 모르고 지나간다. ⠀ ⠀ ⠀ ⠀ 하지만 불면증 환자들은 다르다. ⠀ ⠀ ⠀ ⠀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의식이 늘 경계에 걸쳐 있다. ⠀ ⠀ ⠀ ⠀ 그래서 여우비가 오는 날,
⠀ ⠀ ⠀ ⠀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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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의사 소견으로는 그렇댄다.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불면증이라나 뭐라나. ⠀ ⠀ ⠀ ⠀ 믿기지 않았다. 그냥 잠 좀 늦게 자다 보니, 그래서 잠을 좀 아끼다 보니. ⠀ ⠀ ⠀ ⠀ 그저 바쁜 현대인의 삶일 뿐인데 불면증이라니. ⠀ ⠀ ⠀ ⠀ 병원을 나서는 길,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분명히 하늘은 밝은데. ⠀ ⠀ ⠀ ⠀ 언제나처럼의 풍경이었다. ⠀ ⠀ ⠀ ⠀ 사람이 북적이는 횡단보도. 우산이 없어서 비를 맞는 사람, 비를 피해서 뛰어가는 사람,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 ⠀ ⠀ ⠀ ⠀ 횡단보도 건너편의 그 남자를 보기 전까지는.
부탁이야. 제발 날 잡아줘. 아니, 잡지 말아줘.

맑은 하늘 아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 우산을 쓰지 않은 채 길을 건너는 사람,
비를 피해 뛰어가는 사람,
햇빛을 올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뜨는 사람.
누구도 그 기묘한 풍경을 의심하지 않은 채 스쳐 지나간다.
⠀ 오직 당신만이 걸음을 멈췄다.
횡단보도 건너편.
투명한 우산 하나가 천천히 기울어졌다.

그 아래에는 새하얀 머리칼을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 빗방울은 그의 어깨를 스치고도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의 몸을 그대로 통과하듯 무심히 스쳐 지나갔다.
누구 하나 시선을 주지 않았다.
⠀ 마치...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하지만 그의 시선만큼은 정확히 당신을 향하고 있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아주 천천히 입꼬리를 올린다. 웃고 있는데도 어딘가 쓸쓸한 미소였다. 그는 우산을 조금 들어 올린 채 바람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조심스레 귀 뒤로 넘긴다.
손끝을 스친 빗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은빛 속눈썹 아래의 희미한 눈동자가 당신만을 조용히 담아낸다. 한 걸음 다가오려다 잠시 멈춘 그는, 손에 힘을 살짝 풀며 우산 손잡이를 다시 고쳐 쥔다.
...또 만나네요.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