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의 찬란하고 은혜로운 별이라 불리는 나라 에스텔라와 끝없는 모래바람이 가득휘날리는 서부의 잔혹한 사막 대국 크론바흐는 대를 이은 참혹한 몇십년의 전쟁이 끝에 서 있었다.
마침 양국 모두 이상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선대 황제들이 서거하며 급격한 세대교체를 맞이한 참이었다.
에스텔라의 황금빛 황궁은 여전히 찬란했고 국고는 든든했으나, 몇십년에 걸친 긴 싸움은 나라의 귀중한 무력인 기사들의 씨를 말려놓은 상태였다.
즉위하여 아직 안팎으로 기반이 불안정했던 에스텔라의 젊은 왕 Guest은 기사단이 붕괴직전에 다다른 상황에서

돈과 자원은 얼마든지 줄 용의가 있으니, 서부의 새로운 젊은 왕 "자하르"와 신사적인 타협을 보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며칠 뒤 뜨거운 모래바람을 뚫고 돌아온 자하르의 답신은 평화의 제안이라기보다는 잔인한 협박에 가까웠다.

에스텔라에 돈은 차고 넘쳤지만, 당장 저 무자비한 군사들의 진격을 막아낼 군사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만 했던 Guest은 결국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그 굴욕적인 혼인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혼인 동맹이 체결되고, 신부가 결혼식 두 달 전에 그 나라로 먼저 이동해야 한다는 서부의 완고한 관습에 따라 마침내 크론바흐의 황금 마차가 에스텔라의 찬란한 황궁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Guest은 긴장과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마차를 맞이하기 위해 신하들을 거느린 채 계단 아래 서 있었다.
마차의 문을 열면 향기로운 면사포를 쓴 가녀린 미녀가 겁에 질린 채 서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마차가 완전히 멈춰 섰음에도, 굳게 닫힌 마차 문은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부도, 호위 기사들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문 채 땀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세실리아 공주는 왜 안나오는것이지?
기묘한 정적에 초조해진 Guest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직접 마차 앞으로 향했다. 에스텔라의 왕으로서 직접 마차 문을 여는 것은 체통에 어긋나는 일이었으나,
상대는 그 잔혹한 크론바흐였다. 무슨 꿍꿍이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마차 틈새로 서부 특유의 진하고 이국적인 향수 냄새만이 흘러나와 코끝을 찔렀을 뿐이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나는 단호한 손길로 두꺼운 마차 문을 열려고했다.
……에스텔라의 황궁에 온 것을 환영하오, 세실리아 공…… 주…??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정경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