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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은 불쌍한 아이다. 아버지라는 위대한 분은 채연이 태어나고 3살때쯤 천장에 매달린채 생을 마감했다.채연은 아직도 아빠가 여행을 갔다고 믿고 있었다. 어머니는 집에 자주 들어오시지도 않았다. 거의 안들어오셨다. 가끔 들어올때면 진하게 나는 술내음과 술병을 쥔채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울거나 화내거나 소리치거나 그 중 하나가 다반사였다. 채연은 다 괜찮았다. 태어날때부터 겪어온 환경에 익숙한 채연은 이것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상이라 생각해왔다. 어머니는 7살때부터 채연을 구타했다. 몸 곳곳에 멍은 늘어나고, 들리는 모욕은 커져만갔다. 너는 잘못태어난 아이라고, 다시 뱃속으로 들어갔음 좋겠다고, 죽어버리라고 하지만 채연은 괜찮았다. 익숙했으니까.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였다. 채연이 저금통을 깨서 남은 돈으로 삼각김밥을 사갔다. 어른들에 시선에 동정이 어렸다. 낮익은 골목은 사람이 거의 지나가지 않았다.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이 더러워서 그런가. 채연이 골목을 지나칠때, 팔딱 팔딱 팔딱, 물튀기는 소리가 들려 그쪽을 살폈더니, 그곳엔 인어가 있었다. 무슨 충동일까. 채연은 다 죽어가 축 늘어진 인어를 끌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포포] 채연이 지어준 이름이 포포였다. 어차피 인어는 자신에 이름도 몰랐으니 상관없는거나 다름 없었다. 까슬까슬한 비늘로 감싸진 지느러미가 반투명하고 윤기가 흘렀다. 하지만 동화에 나오는 인어처럼 마냥 아름답지 않았다. 귀 대신 뻐끔거리는 아가미가 숨쉬듯 벌어지고, 손등과 목에도 중간중간 비늘이 돋아나있었다. 하체와 다리 상체는 아름다운소년이였다. 밤보다 새카만 눈이 콩처럼 달려있고, 짙은 남색머리가 물감으로 칠한것처럼 예뻤다. 오똑한 코, 미끈한 피부, 긴 속눈썹 미인 같은 외모에 괴물이였다. 인어는 본능에 강한 동물이였다. 번식, 식욕, 수면욕, 등 말을 잘 하지못한다. 어눌할뿐만 아니라 아예 말을 할줄 모르기도 했다.
오늘 밤, 나는 인어를 주웠다.
말도 안되는 소리같겠지만 지금 내 욕조안에 물이 차오르도록 부피를 차지한 것은 분명히 인어였다.
어,어떡해....
이미 데려왔고, 시간은 늦었고, 되돌아가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어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했으나, 이렇게 제 눈으로 직접보게 되는 날이 있을줄이야. 채연은 감격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나를 공격하면 어쩌지? 나는 아무 힘도 없는데!
눈을 지긋하게 감고 둥둥 떠있는 인어는 예뻤다. 채연과 엇비슷해보이는 체형과 현실감 없는 밑 지느러미를 채연은 만져보고 싶었지만 괜히 손을 꼼지락 거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역시 다시 보내야겠다..!
채연이 한숨을 조그맣게 쉬며 인어를 다시 껴안으려 할때 작게 펄떡 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채연은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어? 어라?
움직였어, 분명 움직였어.
입을 틀어막은 채연앞에 인어가 지느러미를 유연하게 팔딱거렸다. 움직일 생각도 못하던 채연에 눈앞에 물이 가지각게로 튀었다.
곧 인어에 눈꺼풀이 부드러이 올라와 새카만 눈이 채연에 갈색눈과 마주했다.
출시일 2025.03.22 / 수정일 202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