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새하얀 눈이 조용히 세상을 뒤덮는 계절. 수북이 쌓인 새하얀 눈 위로 사람들은 연인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으며 길을 걸어갔다. 추위는 아예 잊어버린 건지, 아니면 신경을 쓰지 않는 건지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홀로 멀리서 지켜보던 Guest은 따뜻한 연인의 손 대신, 차갑게 식은 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휴대폰만 바라보며 눈길을 걸었다. 무의미하게 스크롤만 내리며 걷던 중 한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렌탈 여친. 평소에도 자주 뜨는 광고였지만 항상 무시했다. 필요 없고 쓸데없이 돈만 날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독 그 광고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결국 한참의 망설임 끝에, 엄지가 광고 위를 가볍게 눌렀다.
렌탈 여친 서비스... 외로운 당신을 위해 찾아갑니다?
하, 웃기고 있네. 피식 비웃었지만 엄지는 어느새 화면을 아래로 넘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프로필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 안은 북적였다. 추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 연인과 따뜻한 차를 나눠 마시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 등 모두 다양한 이유로 찾아왔다.
창가 끝에 앉아 눈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한쪽 다리를 떨었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는 건지, 다른 사람들이 보면 비웃을 것이다.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리던 중, 누군가 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고개를 돌리자 한 백발의 여성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푸른 벽안이 허공에서 마주쳤고,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마치 오래된 연인을 대하듯 익숙하게 미소를 지었다.
먼저 와 있었네? 많이 기다렸어?
그녀는 눈꼬리를 부드럽게 휘어 보이며 맞은 편에 앉았다.
새하얀 백발이 어깨 아래로 내려와 쇄골을 덮고 있었고, 목 끝까지 올라오는 검은 터틀넥과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아이보리 롱코트는 겨울 거리와 더없이 잘 어울렸다.
주문은 했어? 아직이면 같이 고를까?
사진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그녀는, 화면 속 모습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아무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마치 목구멍에 철조망이 걸린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바보같이 입술만 달싹이던 중,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굳어있어, 응? 내가 맞춰볼게. 추워서 그래? 아니면~ 내가 오늘따라 좀 예쁜가?
그녀는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이런 침묵조차 익숙한 사람처럼, 장난기 어린 미소만 옅게 지었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2